2017.04.13 11:50

300년 된 한옥에 사는 가족
#주택     #한옥     #40평대     #네츄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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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씨와 그의 가족들은 300년 된 한옥에 살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웃사촌이고 온통 논과 밭이 있는 마을.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 그들은 어떤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선영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300년 된 한옥에 살고 있어요.

어떻게 이 집을 구하게 되었나요?

 

귀촌을 결심하고 시골집을 알아보던 중에 우연히 한옥을 임대한다는 글을 봤어요. 실물로 보고 싶어 처음 안동이란 곳을 찾아갔죠. 그 집으로 향하는 길이 좋았던 게 기억나요.

 

서울로 돌아와서도 낡은 집으로 향할 때의 마을 첫인상이 계속 떠올라서, 어쩌면 충동적으로 그 집에 살아보겠다고 결정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막상 시골집을 알아보려고 하면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 막막할 것 같아요.

 

‘귀농귀촌종합센터(returnfarm.com)’라는 사이트가 있어요. 귀농에 관한 생활 정보나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처음 상태가 좋지 않았겠어요.

집을 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어떤 것인가요?

 

사람이 오랫동안 살지 않아서 폐가에 가까웠어요. 서로 뒤엉켜 자란 풀을 제거하는 일을 가장 먼저 했죠. 며칠 동안 풀을 치고 나타난 마당은 제법 반듯했어요.

 

 

그 후로 들어가서 살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비용이나 수리 과정 등이 궁금합니다.

 

봄에 발견한 집으로 여름에 들어갔으니 4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수리비용은 600만 원으로 정하고, 그 안에서 사용했습니다. ‘한 번 살아볼까?’ 하는 호기심이 많았기에 욕심 없이 우리가 지낼 방 하나, 부엌 자리, 욕실 보수 정도의 수리를 했어요. 마루와 다른 방들은 6년이 지난 아직도 청소만 해놓은 상태로 살아가고 있어요.

 

 

목공 일을 하고 계시다고요. 직접 고치신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가족들이 살 수 있는 집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저희는 거의 모든 공사를 스스로 했어요. 낡은 벽을 보강하고 내부 벽체를 세워 반듯하게 만든 다음 도배를 했죠. 다행히 방과 주방 자리는 기름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어서, 장판을 바꾸는 일만 해도 되었습니다. 도시에서 가져온 키 높이 옷장들은, 키 낮은 시골집 방안에는 들어가지 않아서 포기하고, 집에 맞게 작은 이불장, 서랍장을 만들었어요.

 

낡은 문짝들은 떼어내 다시 만들어 달았고요.

 

그리고 주방 자리에 나무로 싱크대를 짜 넣었습니다. 입주 기간이 가까워져 싱크대 문짝도 없이 시작되었어요.

 

물론, 아직도 리넨 한 장으로 가려놓고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목공을 전혀 모르는 분들도 ‘오래된 집으로 들어갈 때, 이 정도는 고쳐볼 수 있을 거다.’ 하는 게 있다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페인트칠이라던가 전등을 바꾼다든가 하는 손쉬운 일이요.

 

페인트칠은 물론이고요. 타일 시공도 어렵지 않아요. 요즘은 인터넷 같은 곳에서 부자재를 사는 것이 손쉽잖아요.

 

주방이나 현관의 깨지고 변색된 타일 작업은 누구나 쉽게 하실 수 있어요. 조명이나 손잡이도 자신의 취향대로 바꿀 수 있고 선택의 폭도 넓어진 듯하고요.

 

 

집을 수리하는 일이 목수의 손만으론 할 수 없는 일이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전기선이 모두 노후화되어 전문가를 통해 전기배선 작업을 다시 했어요. 사용하기 편리한 자리에 콘센트도 설치하고, 마당과 뒤뜰에 외등도 달았죠. 전기작업에 130만 원이 들었어요. 욕실의 세면대와 변기를 새로 교체하는 일도 전문가에게 부탁했는데 그건 100만 원이 들었고요.

 

 

막연하게 ‘시골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우선 생활비가 줄어드는 기쁨이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가요?

 

처음 시골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도시에서 사용하던 생활비와 비슷했어요. 시골에서 필요한 물건들이 따로 있더라고요.

 

장에 나가 장화며 호미, 수레 등 자잘한 시골생활 장비를 사고, 사흘에 한 번 시내 철물점에 들렀던 것 같아요.

 

첫해는 크게 줄지 않았죠. 텃밭을 일구어 작물을 얻게 되면서 점차 생활비도 줄었어요.

 

식생활에 대한 인식변화도 생기고, 검소해지는 것 같아요.

 

 

생활비가 줄었다면 그 부분을 덜어내고 대신 부담을 갖게 되는 지점들도 있을 것 같아요.

 

장비 욕심이요. 조금이라도 편리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죠(웃음). 밭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예초기를 사고, 화목난로를 구입하는 등 시골생활을 위한 물품들을 갖추는 부담도 생겨나네요.

 

 

직접 텃밭도 가꾸고 계신다고요.

 

자급자족해보려고 텃밭을 일궜어요. 처음에는 부담이었죠. 낯설고 서툴지만, 시골에 오니 필수항목 같았거든요.

 

봄이 되어 모종을 흙에 심을 때의 환희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작물에 대해 샘솟는 애정을 느끼셨을 거예요.

 

고추는 왜 시드는지, 주렁주렁 열리는 오이는 어떻게 다 먹을지, 열무, 상추, 가지. 모두 세심히 살피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밭에서 방금 뽑아낸 채소를 씻어 밥상에 올릴 때의 보람이 커요.

 

아이에게 마당에 나가 바질 잎 몇 장을 따오도록 하고 피자를 굽는 시간에 행복하다고 느껴요.

 

 

도시에서는 20년 된 집에만 들어가도 문제가 많더라고요. 300년 된 집에 사는 일엔 어떤 문제가 있을지 가늠이 되질 않네요.

 

생각보다 큰 문제는 없어요. 고택 마루를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데, 계절에 따라 나무가 수축하고 팽창하다 보니 어느 때는 꼭 맞아 소리가 없을 때도 있죠.

 

청소를 열심히 하고 본래의 모습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수는 상황이 생기면 그때그때 하고 있어요. 흙벽이 떨어지면 메우고, 수도관이 터지면 전문가를 부르고, 창호 문이 찢어지면 다시 창호지를 사서 바르고. 낡음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안해요.

 

 

반대로 그런 집에 사는 게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진 일일지도 상상하기 어렵고요.

 

손바닥만 한 거미를 만났을 때, 안마당 지붕 아래서 박쥐를 처음 보았을 때, 뒷밭 나무 위에서 부엉이를 보았을 때. 숨이 멎을 것 같은 놀라움을 느껴요.

 

낭만인지도 모른 채 그저 놀라 펄쩍펄쩍 뛰었어요. 그런 것들이 지나고 보면 추억으로 아로새겨져요.

 

매일 만나는 밤하늘의 별, 아침이면 나무 위에 새소리, 흙 마당, 석양, 봄비…….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이전에 이런 이야기로 책을 내신 걸 봤어요.

독자분들에게 출간하신 책에 대한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시골에 온 첫해부터 쓴 짧은 일기를 묶어 <가족의 시골>이라는 책으로 엮었어요. 미숙한 시골생활을 스스로 격려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면서 경험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반성하고, 또 나아가는 평범한 시골 일기예요.

 

 

요즘은 작은 상점도 운영하신다고 들었는데,

그건 어떤가요?

 

안동 시청 앞에 ‘소규모상점’이라는 수공예품 상점을 열었습니다. 저처럼 귀촌해서 생활하시는 분들의 작품이 많은 편이에요.

 

뜨개 작품, 도자기 그릇, 바느질로 만든 물품, 나무 소품, 농산물, 독립 출판물 등 상점 이름처럼 소규모로 판매하고, 작은 취미 수업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가구는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것을 만드셨는지 소개해주세요.

 

남편과 저는 생활 가구를 만들어요. 남편은 식탁, 옷장, 침대, 책상 같은 것을 만들고,

 

저는 도마나 촛대 같은 소품을 만들죠. 식탁은 우리가 만든 첫 번째 가구예요.

 

저희 가구공방 이름이 ‘더테이블(thetable.co.kr)’ 인데, 처음 만든 테이블에 대한 보람을 기억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나무가구가 생활 속에서 활용되며 낡아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가구와 함께 나이 드는 기분이 들어요.

 

 

혹시 구매하신 것들도 있을까요?

 

구매한 것이 아니라 가져온 것이라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아파트에 버려진 재활용 가구를 가져와 사용하고 있어요. 나무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버려지는 게 어쩐지 아까워서요.

 

상태가 좋은 것들은 조금씩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죠. 새 가구를 만들어 판매하지만, 헌 가구를 손보는 리싸이클 작업도 즐거워요.

 

 

선영 님 집의 가구들은 주로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나요?

 

참나무(Oak, 오크)와 물푸레나무(Ash, 에쉬)를 사용하고 있어요. 단단한 나무라서 가구로 제작했을 때, 사용감이 좋고 튼튼합니다.

 

아이들 가구는 조금 무른 소나무를 사용하기도 해요.

 

 

나무마다 가진 결과 색이 다른데,

이 집의 가구들은 ‘한 톤’이라고 느껴지거든요.

따로 놀거나 하지 않고 고요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한 톤으로 보이는 이유는 시간 때문일 거예요. 소나무 가구는 처음에는 밝지만, 오래 사용하면 황변하여 물푸레나무 정도의 어둠을 가집니다. 물푸레나무와 오크는 색상 톤이 비슷하고요.

 

제작자의 가구 스타일이 비슷해서 조화롭게 보이는 것도 있는 듯하고요. 가장 기본적이고, 튼튼한 구조를 선호하고 있어요.

 

 

한옥이라 중간중간 나무로 된 부분이 많은데,

혹시 어떤 나무인지 아시나요?

 

소나무예요. 오래된 나무의 색은 짙은 갈색이고 사포로 민 것처럼 부드럽죠.

 

천정이 낮은 구조로 가구 높이를 모두 1,200mm~1,400mm 정도로 제작했어요. 여백이 남도록 신경 써서 답답한 느낌이 적도록 했고요.

 

 

한옥이 가지는 독특한 구조나 색 때문에 집을 꾸릴 때,

고민하게 되었던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벽은 흰색, 바닥재는 가구 톤으로 선택했거든요. 이렇게 하고 나니 어려움 없이 가구와 조화를 이룰 수 있었어요.

 

 

가구를 만드는 분들은

가끔 반품에 애를 먹기도 하더라고요.

 

주문제작이다 보니 반품은 거의 없지만, 반품한 가구를 받아본 적이 있어요. 나무는 수축, 팽창하는 물성이 있어 변형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플라스틱 가구나 무늬목 가구처럼 나뭇결의 음영이나 옹이 하나 없이 제작된 가구를 원하실 때는 반품을 결정하기도 해요. 나무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는 분께 가구를 배송할 때는 판매했다는 보람보다는 위로와 격려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집에 있는 수많은 물건 중에

선영님이 가장 아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무 도마요. 매일 사용하고, 설거지의 마지막엔 나무 도마를 깨끗이 씻어 걸어 말려둬요. 단단한 메이플도마를 사용할 때 칼이 통통 튀는 듯한 경쾌함을 느끼죠.

 

 

아드님, 따님, 남편분 

각각 아끼는 것은 또 다를 것 같아요.

 

남편은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오크 벤치, 딸아이는 책상, 막내는 아빠가 누나에게 만들어준 침대를 물려받아 그 위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가족 모두가 함께 아끼는 것들도 분명 있겠죠?

 

우리가 십 년 전 처음 만들어 지금까지 사용하는 원목 테이블이요.

 

그 앞에 모여서 먹고, 그림 그리고 책 읽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질문을 준비하다 보니 한국인이지만 한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한옥에 살고 계시니 한옥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을 것 같아요.

 

한옥은 낡음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매력이 있어요. 나무로 만들어 흙을 입힌 제작방식과 재료의 순수함 때문인 것 같아요.

 

300년 된 집은 여기 머물고 우리는 언젠가 떠나겠지요. 이 집은 우리보다 오래 이 집은 남아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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