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3 11:55

컨테이너에서 사는 게 가능해요?
#이색공간     #10평대     #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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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테이너에서 사는 게 가능해요?”

 

영암에서 소 농장을 운영하는 서영봉 씨의 집. 내부 사진을 먼저 본 사람들은 이런 걸 물을 것이다. “인테리어는 업체에 맡기셨어요?” “소파는 어디 것이에요?” “바닥은 어떤 나무인가요?”……. 예쁜 집을 보면 궁금한 것들이다. 한참 그런 걸 묻다가 집의 외부를 확인하면 할 말을 잃는다. 그의 집은 컨테이너다. 내부와 외부가 같은 공간이라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 컨테이너에 이런 인테리어로 사는 일이 가능할까? 영봉 씨에게 직접 답을 얻었다. 

 

 

컨테이너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어떻게 영암에 살게 되었는지 묻고 싶어요.

 

전라남도 영암은 제 고향이에요. 할머니, 아버지 다 이곳에 살고 계시죠.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곳으로 내려왔어요. 아버지와 한우를 키우기 위해서요. 

 

 

소 농장 바로 옆에 컨테이너 집이 있네요.

 

집과 농장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요. 처음에는 출퇴근했고 사무실 목적으로 컨테이너를 만들었습니다. 소파와 책상만 두고 잠깐 쉬는 용도로 사용했어요. 점심에는 밥을 먹기 위해 집에 가야 했는데 이게 은근히 귀찮더라고요. ‘컨테이너에 주방이 있으면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겠네.’ 하며 주방을 만들었습니다. 편하더라고요.

 

그렇게 몇 달을 지냈습니다. 송아지가 분만하는 시기가 오면 농장에서 불침번을 서야 할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소파에서 잠을 잤거든요. ‘침대가 있으면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싶어서 침대를 들였고 그렇게 눌러 살게 되어 이제는 집이 되었습니다. 

 

 

컨테이너를 하나 사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궁금해지네요.

 

컨테이너만 해서(3mx9m, 삼 구라고 부름) 1,300만 원 정도 들었고 내부 인테리어(바닥, 벽, 가구, 전자기기 등을 포함)에 1.000만 원 정도 쓴 것 같아요. 

 

 

문을 열고 입구에 들어서면 예쁜 주방이 먼저 보여요.

 

혹시 영화 <리틀 포레스트> 보셨어요? 도시에서 살던 젊은 여자가 고향에 내려와 사는 이야기거든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사는 집에 매력을 느꼈어요. 특히 주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참 주방을 만들까 말까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주인공의 주방을 보고 ‘저렇게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부엌은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같아요.
좋아하는 수납공간이 있을까요?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옷걸이를 좋아해요. 실용적이거든요. 그리고 주방에 있는 식기를 정리해두는 수납장도 유용해요.

 

 

컨테이너 안이 길쭉한 원룸 형태인데
중간에 나무문을 설치해서 공간을 분리했네요.

 

지금 주방으로 쓰는 공간은 원래 잡다한 물건들을 수납하는 장소였어요. 사무공간과 수납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나무문과 유리창이 달린 벽을 설치했었죠. 

 

 

지금은 유리창이 없네요.

 

주방을 만들고 나서 벽의 유리창을 다 해체하고 나무문만 남겨뒀어요. 그게 더 예쁘더라고요. 유리창을 트고 나니 공간 활용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나무문은 직접 만드신 거예요? 

 

제작은 목수 아저씨 한 분을 섭외해서 같이 작업을 했어요. 목재상에서 나무를 골라 제가 원하는 모양을 이야기하니 뚝딱 만들어 주셨습니다.

 

 

한번 도전해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요.
나무 작업을
알아두면 좋을 점이 있을까요?

 

우선 나무 종류와 쓰임새를 알아야 해요. 따로 책을 사서 공부할 필요는 없고요. 인터넷에 목자재 파는 사이트가 많이 있거든요. 그런 사이트들에 나무에 대한 설명도 들어있어요. 여러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저는 ‘이솔 우드’라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나무 종류도 다양하고, 사진도 잘 찍어뒀고, 설명도 잘 되어있어요. 

 

 

목수 아저씨는 어떻게 섭외하셨나요?

 

네이버에 목수 카페가 있거든요. 거기서 농장 근처에 사는 목수 아저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목수님과 작업을 할 때는 대화가 잘 통해야 해요. 원하는 걸 말했을 때 잘 이해하고 최대한 비슷하게 작업을 해주시는 분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말씀하셨듯이 나무 종류가 다양하잖아요.
 안에 쓰인 나무들을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가구는 ‘화이트 오크’를 선호합니다. 가격이 좀 비싸지만, 색감이 곱고 단단해서 오래 쓸 수 있어요. 바닥은 ‘멀바우 후로링’을 깔았는데 보통 체육관이나 학교 복도에 많이 쓰이는 자재에요.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좋아서 선택했어요.

 

나무를 고를 땐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까운 목재상에 가면 다양한 수종을 볼 수 있으니 나무로 뭔가를 작업하고 싶다면 꼭 목재상에 방문하는 걸 권합니다.

 

 

나무문 건너편으로 바로 소파가 보여요.
쉬는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저 소파만 있었겠네요.

 

그렇죠. 소파에 앉는 걸 좋아해요. 너무 편해서 궁둥이만 닿아도 스르르 잠이 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아버지, 동네 분들, 친구들 모두 오면 이 소파에 앉아 잠이 들곤 합니다. 

 

 

좁은 공간이지만, 가구 배치가 잘 되어있는 것 같아요.
배치할 때 신경 쓰신 부분 있나요?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책상에서 컴퓨터를 자주 하는데 이때 모니터에 햇빛이 직접 들지 않도록 배치에만 신경 썼습니다. 

 

모니터에 햇빛이 직접 들면 모니터가 잘 안 보이거든요. 

 

 

컨테이너 집인데, 계절에 따라 불편한 점은 없나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엄청나게 춥습니다. 여름엔 에어컨과 서큘레이터(공기순환기)로 아주 시원하게 보낼 수 있어요. 

 

하지만 겨울엔 답이 없습니다. 바닥에 보일러를 안 깔았거든요.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어마어마해요. 라디에이터 두 대를 켜면 그럭저럭 버틸 만 하지만 컨테이너 안에서는 옷을 두껍게 입고 있어야 해요.

 

 

액자도 몇 가지 보이네요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우연히 nammoo님과 okeh님의 일러스트 작업을 보게 되었어요. 취향 저격당했습니다. Thecollage라는 사이트에 방문하면 포스터를 살 수 있어요. 산 포스터는 근처 액자 집에 가서 마음에 드는 액자를 골라 넣었습니다

 

화장실에는 이국적인 풍경의 액자가 있어요. 좋아하는 사진작가의 사진인데 천에 프린트해서 팔길래 사서 액자로 만들었습니다.

 

 

화장실은 컨테이너 밖에 있네요.

 

농장에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었어요. 지금의 화장실이 있기 전까진 간이 화장실에서 일을 해결했는데 이게 정말 불편했어요. 본격적으로 컨테이너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샤워도 할 수 있고 편안하게 일을 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사용 중이던 컨테이너에는 화장실을 만들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컨테이너 옆에 별도로 화장실 건물을(3평짜리 벽돌건물) 지었어요. 

 

 

화장실이 정말 예뻐요.

 

인터넷상에 올라온 매력적인 화장실 수십 곳의 사진을 매일 찾아보았어요. 그러다 보니 현실적으로 제가 구현할 수 있는 화장실의 범위가 그려졌고 작업을 시작했죠. 나름대로 꾸민다고 꾸몄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욕조 타일은 직접 붙여서 만들었어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도 많이 들였죠.

 

 

직접 만들어보려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타일 붙이기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편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붙이면서 너무 고생했고 퀄리티도 잘 나오기가 힘듭니다. ‘셀프 타일 붙이기’ 이런 거 절대 비추!

 

 

화장실이 건식이에요. 우리나라엔 많지 않잖아요.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은데 건식 화장실이 가지는 장단점이 있을까요?

 

단점은 물이 튀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청소하는 게 귀찮으며 사람들에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을 해주어야 합니다. 장점이라면 샤워하러 들어가거나 볼일을 볼 때 화장실이 아니라 방에 들어온 듯한 편안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바닥에 누워 복근운동을 할 때 훈훈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화장실 바닥이 찜질방처럼 따뜻해요.

 

보일러를 깔아서 그렇습니다. 온수를 위해서 보일러 설치는 필수였고 건식화장실이라면 항상 뽀송뽀송한 기분이 들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이것 덕분에 추워도 따뜻하게 샤워할 수 있는 점도 좋아요. 샤워하고 나와서 추운 것 힘들잖아요.

 

 

그러게요. 화장실에 CD플레이어가 있는 걸 보니 샤워하면서 음악도 들으시나 봐요. 

 

농장 일이 끝난 뒤 샤워할 때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면 좋더라고요. 집에서 보내는 시간 중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샤워를 마치고 컨테이너에 들어와 향을 피워놓고 간단하게 식사하며 음악을 들을 때도 좋고요. 일이 없는 오후 시간에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며 잠이 들 때도 좋습니다.

 

아, 강아지와 농장 주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이 집의 대부분을 영봉씨가 직접 했잖아요.
용기 내서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셀프 인테리어를 계획하고 있거나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꿈꾸는(정말 원하는) 미지의 공간을 마음속에 품어보세요.

 

책을 읽는 것, 영화를 보는 것, 좋은 음악을 듣는 것, 인터넷에 떠도는 매력적인 공간의 사진을 보는 것. 제게는 이런 것들이 도움되었습니다. 그러한 공간에 살게 될 자신을 상상하며 지내다 보면 상상했던 것과는 똑같지 않지만, 그 비슷한 집을 갖게 될 거에요. 물론 약간의 돈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영봉 씨에게
‘집’이란 어떤 것인지 여쭙고 싶네요.

 

밖에서 놀다가도 빨리 돌아가 쉬고 싶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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