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롯데, 남편은 삼성 팬이에요.

두 팀이 맞붙는 날이면, 집안의 평화를 기도해야 하죠.”

안녕하세요:-) 저희는 대학원에서 선후배사이로 처음 만나 결혼한지 1년이 된 신혼부부에요. 취미는 야구 관람과 캠핑같은 활동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지만, 바쁜 남편 덕분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집 근처의 난지캠핑장이나 노을공원캠핑장으로 번개로 가곤 해요.

실 평수25평정도의 주상복합에 살고 있어요. 방 3개에 화장실이 2개 있는 구조에요. 서남향이라 하루 종일 해가 잘 들고, 창 밖으로는 성산대교가 보이는데 24시간 중에 예쁘지 않은 시간이 없어요.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예뻤다고나 할까요? ㅎㅎ

‘그레이+핑크+골드’ 컨셉의 거실과 주방

비록 넓지는 않지만, 컬러와 소재를 다르게 함으로써 공간마다 컨셉을 달리 했죠. 그리고 컨셉에 맞춘 가구를 최대한 셀렉 했어요. 안가본 가구점이 없고, 수도권 가구 단지는 다 투어했어요. 특히 을지로 죽순이였어요ㅎㅎ

먼저, 현관을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실이에요. 우리 집의 자랑인 큰~ 창문도 보이구요. 오픈갤러리에서 매달 렌탈하는 그림도 눈에 띄는데, 다음 번엔 어떤 명작을 걸어볼까 고민이 많아요.

반대편으로는 시어머니께서 주신 거실장과 그릇장이 있어요.

고가구 리폼하기

시어머니께서 사용하실 때의 모습이에요. 저희 집에는 조금 올드해 보여서 페인팅했어요.

손잡이도 골드로 바꿔 주었구요. 예쁜 접시들을 전시해 두려고 남대문시장에 가서 그릇 이젤까지 사왔어요.

셀프로 웨인스코팅하기

거실과 주방 쪽으로 있는 벽면의 웨인스코팅은 신랑과 제가 직접 했어요. 크기에 맞게 그려가면서 필요한 목재들을 주문해서 직접요. 특히, 허리 몰딩은 들어가는 부분과 나가는 부분이 있어 꼭 확인해야합니다!! 네이버 부동산에 게시된 저희 집 도면을 캡쳐해서 표시 했어요.

그리고 측정한 길이를 엑셀로 그려보면 자재가 얼마나 필요한지 바로 나와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임시로 고정해 두었던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낼 때는 정말 짜릿해요. 전문가만큼 정교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인 부분에서 극강으로 세이브를 할 수 있답니다.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라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큰 거울도 직접 제작했어요. 기성제품은 생각보다 비싸더라구요. 디자인을 해서 전문가를 찾아가 용접을 부탁하고, 또 유리 공장에 들고가 거울을 맞췄어요.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한 가구들이 몇 개 있어요.

꼼꼼한 정리정돈이 돋보이는 주방

저는 정리하는 것과 수납하는 것, 이 두 가지만큼은 정말 자신 있어요. 이사를 와서 정리한 처음 모습과 1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요.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갑자기 손님이 방문한다고 해도 자신 있는 부분이에요.

특히, 냉장고 안을 보고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각종 반찬과 식재료들이 딱딱 정리되어 줄 서 있어서요. 군기가 바짝 든 장병들이 줄 맞춰서 있는 것 같다고요ㅎㅎ

정리정돈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물건을 쓰고 다시 제 자리에 둘 때도 정리가 쉬워야 한다는 거에요. 빳빳하게 세워 놔서 보기 좋게 두어도 하나를 빼서 우르르 쓰러지면 말짱도루묵이잖아요.

tip. 옷을 정리할 때도, 냉장고 안의 과일이나 야채 종류 끼리 정리할 때도 북엔드를 이용하면 쓰러지거나 흐트러질 일이 없어요.

‘우드+라탄’ 네츄럴 컨셉의 안방

안방은 ‘우드와 라탄’을 이용한 네츄럴 컨셉으로 꾸몄어요.

안방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게끔 노력했어요. 원래 기존의 방 문이나, 신발장과 붙박이장들이 모두 진한 나무색 이었는데 모두 진그레이색으로 바꾸었어요. 하지만 안방만은 굳이 바꾸지 않고 본연의 색을 살렸어요. 덕분에 다른 원목가구들과 어우러져 따뜻한 느낌이 배가되는 것 같아요.

거실과 같은 쪽으로 창이 나 있어서 마찬가지로 뷰가 너무 좋아요.

새벽에 해가 뜨면서, 오후에는 노을이 지면서, 저녁에는 야경이 그려지면서.. 환상적인 뷰를 자랑한답니다.

안방의 건너편, 드레스룸

두번째 정리정돈 팁은, ‘통일’이에요. 드레스룸의 의류는 모두 같은 옷걸이를 써서 색상과 소재 별로 정리했어요. 각자의 색깔로 정신 없어 보일 수 있는 것을 하나로 통일해서 채도 별로 정리해야 해요.

‘블루+야구’가 컨셉인 서재

야구를 좋아하는 덕후 두 명이 만나 부부가 됐으니, 넘쳐나는 야구 소품들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던 중 나온 생각이 ‘야구바 같은 서재는 어떨까?’ 였어요.

네이비색으로 벽을 칠하고 나서 하나씩 컨셉을 그려 나갔어요. 그런데 바테이블같은 책상을 구하려니 힘들더라구요. 결국, 책상도 넉넉한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서 제작했어요. 길고 높은 책상에 나란히 앉아서 또는 마주 앉을 수 있도록 바 의자도 2개 두고요.

벽에는 아크릴 케이스를 설치해서 싸인볼과 여러가지 소품들을 모아두었어요. 부부만의 작은 박물관이 된 것 같아요. 나중에 아기도 자연스레 야구를 좋아하게 되겠지요?

책이 많은 편인데, 낮은 곳에 색깔 별로 정리해 두니 생각보다 정신 사납지 않고, 비교적 깔끔해 보이는 것 같아요. 요즘에 보는 책들은 거실 커튼 뒤나 침실 협탁 위에 놔두고, 보지 않는 책들만 서재에 정리해 둔 것이에요.

훗날의 ‘집꾸미기’

요즘은 아기방 인테리어를 보면 설레요. 아기가 태어난 뒤의 집이 가장 궁금하기도 하구요. 아직, 다른 집이나 인테리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하지만 언젠가 마당을 품은 주택에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어요.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고 손을 흔드는 그런 집을 꿈꾸고 있어요.

연애 시절에는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모두 밖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집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어요. 막 내린 커피 향이 달콤하게 퍼져 있고요.

비록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남편은 머리에 까치집을 하고 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집을 꾸미지 않았더라면, 지금 느끼는 것 만큼 이 공간이 아름답고 행복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