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10월 어느 가을날 낮게 내려앉은 햇살이 성북동 자락을 빛내고 있었다. 고요하고 서정적인 이 동네. 작은 상점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다세대주택 틈 사이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빌라 하나가 있다. 이곳에는 이제 막 같이 산 지 한 달이 된 30대 신혼부부가 살고 있다.
경리단길에서 ‘소울보이’라는 작은 식당을 운영 중인 강태웅입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김자영입니다.
성북동은 결혼 전 저희가 자주 데이트하던 동네 중 하나에요. 이곳에 이사 오기 전에는 경리단길에 살았는데요, 가게와 가까워서 편한 점도 있지만 번잡하고 시끄러운 게 은근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신혼집은 편리함보다도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걸 택하자 싶어서, 아예 집을 구할 때 삼청동 · 성북동 · 원서동 등 저희 둘이 좋아했던 동네 위주로 알아보다가 이 집이 조건이 잘 맞아서 들어오게 됐어요.
아직 한 달이지만 살아볼수록 성북동이 지닌 클래식함이 참 좋아요. 이사 오고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느낀 건 동네가 참 견고한 것 같아요. 사소한 것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고 성북동의 역사가 꾹꾹 잘 쌓여 있달까. 또 서울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 안에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그림 같아서 동네의 기운 자체가 아주 마음에 들어요.
일단은 TV를 침실에 배치해서 거실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집에서 종종 일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개인 작업 공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그보다 공간마다 잘 어울리는 대화를 나누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서재에서는 좀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누게 될 것 같아요.
서재는 컴퓨터도 있고 바로 꺼내볼 수 있는 책들도 있잖아요. 여기서는 바로 자료나 정보를 찾으면서 아내와 가계 재정에 대한 고민도 나누고, 사소하게는 여행 계획 같은 것도 이곳에서 세우려고요. 결정하는데 고민이 필요하거나 무겁다 여겨지는 대화는 서재에서 끝내고, 침실에서는 일상적이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더 편안하게 쉬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아뇨. 벽, 바닥, 타일 등등 집 틀에 손댄 건 하나도 없어요. 저랑 자영이는 가구 배치하고 소품 사고 그냥 꾸미기만 했어요. 안도 밖도 뻔하지 않은 집에 살고 싶어서 두 달 동안 엄청 발품 팔아 구한 집이에요. 이 집이 실제로 인테리어 하는 분이 지은 집이래요. 요즘 다 새하얀 집들뿐인데, 여긴 구조나 자재들이 뻔하지 않아서 더 재밌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아이디어는 정말 다양한 곳에서 얻었어요. 공간이나 콘셉트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인테리어 잡지를 워낙 자주 보기도 하고, 시간 날 때 전시를 보거나 공간이 괜찮은 카페를 찾아다니는 편인데 그런 곳에서도 영감을 받고요. 근데 막상 집을 꾸밀 때에는 현실적인 이미지들이 도움이 되었어요. ‘집꾸미기’같은 어플이나 인스타그램 구경하다 취향 잘 맞는 집 사진 보면 바로 저장해놔요. 그런 이미지들이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네, 그렇지만 아내 의견을 전적으로 따랐어요(웃음). 아내가 워낙 센스가 좋거든요. 전 새롭고 참신한 걸 시도하는 편인데 아내는 단번에 조화롭고 오래 써도 질리지 않을 것들을 알아보는 편이에요.
( 안목있는 그녀가 직접 고른 가구들 )
실제로 집을 꾸밀 때 ‘조화로움’에 신경을 많아 썼어요. 아무리 예쁘고 비싼 가구도 집이랑 따로 놀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예를 들면 서재도 원래 벽 한 쪽 가득 원목 책장으로 채우고 싶었는데 막상 이 집에서는 공간이 좀 답답해 보일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책장은 하나만 두기로 하고 이 공간의 벽이나 바닥 컬러와 잘 어울릴 것 같은 파스텔톤 가구 위주로 찾아봤어요.
일룸이요. 일룸이 은은하고 깨끗한 느낌을 잘 표현한 가구가 많더라고요. 이번에 서재에 책장을 들이면서 처음 써봤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견고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어요. 또 저희 집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색감의 가구가 많더라고요, 어쩌다 보니 꽤 많이 일룸 가구들로 채웠어요. 신혼집 꾸밀 때 솔직히 무인양품이나 이케아 많이 가시는데, 국내 가구 브랜드도 예쁜 거 너무 많더라고요. 집에 잘 어울리는 브랜드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마 모두가 그러하겠지만 저희 둘 모두 밖에서 정말 열심히 살거든요. 30대가 되고 보니 하루하루 산다는 게 정말 치열한 것 같아요. 그렇게 각자의 일터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에 와 문을 열면 그 순간이 정말 좋아요.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 문을 여는 순간 느껴지는 안도감이 있어요. 저희 부부에게 집이 그런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는 공간. 그렇게 서로 잘 아끼며 작은 결실 하나하나 이루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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