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곧 두 아이의 엄마가 될 @sai_home입니다. 평소 재택근무로 건축 관련된 그래픽 업무들을 하고, 두 살 배기 아이 육아를 병행하고 있어요.
직업 특성상 여러 공간이나 건축물을 경험하다 보니, 좁은 대지를 창의력 있게 표현한 협소 주택들에 항상 눈길이 가더라고요. 협소 주택에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작은 공간이 주는 매력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꽤 일찍부터 서른 되기 전에 반드시 협소 주택을 지어 살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사실 시작하고 보니 정말 쉬운 과정은 아니었어요.
왜 흔히들 집 한 채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들 하시잖아요? 정말 틀린 말 하나 없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고충이 많았지만, 그럴수록 저는 꼭 이 집을 완성해서 살겠다는 굳건한 마음이 들었어요.
작지만 단단한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해나갔습니다.
완성까지 2년이나 걸렸어요. 그중에서도 설계에만 1년이라는 시간이 꼬박 걸렸어요. 평생 가족과 함께 할 공간이다 보니 신경 쓰이는 게 많더라고요. 협소한 부지에 제가 원하고자 하는 바를 넣으려니, 도면 수정만 해도 거짓말 조금 보태 오천 번은 더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설계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협소주택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면 좁은 면적을 위한 충분한 수납공간, 수직 구조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동선, 주택의 숙명인 단열 같은 것들이요.
협소 주택의 답답함을 최소화하고자 창을 많이 냈는데요, 그러므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열 손실이나 복사열을 고려해 단열과 창호에 많은 투자를 했어요. 집을 지으며 가장 큰 비용이 든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급 자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답니다.
저희 집은 현관을 들어서면 거실이 아닌 부부 침실이 바로 나와요. 생활할 때 동선을 파악해보니 보통 외출하고 들어오자마자 바로 옷을 갈아입거나, 아이와 씻거나. 모든 일이 침실에서 시작되더라고요. 나름 과감한(?) 결단이라 고민이 많았는데, 6개월 정도 생활해보니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어요.
침실은 과한 느낌 없이 꾸미려고 노력했어요. 아침에 햇살이 자연스레 얼굴에 비추는 게 좋아 일부러 해의 방향을 고려한 위치에 침대를 배치했는데요,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프레임은 제거하고 매트리스만 사용하고 있답니다.
침대에 누워 눈을 딱 뜨면 보이는 자리에 앨리스 달튼 작가의 그림을 걸어두고 협탁에는 캔들을 뒀어요. 하루를 여는 아침의 개운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보통 일어나면 창을 열어 환기를 하고, 캔들을 켜 좋아하는 향을 맡으며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요 : )
침대 맞은 편을 바라보면,
왼 쪽에는 욕실로 통하는 아치형 입구가
오른 쪽에는 집에 들어와 바로 옷을 걸어둘 스타일러가 있다.
워낙 물건이 번잡하게 나와 있는 걸 싫어해서, 욕실로 가는 길목에 기다란 수납장을 배치했어요. 공간이 깨끗해야 집에 왔을 때 기분도 좋고,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깔끔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답니다.
아치형 입구 안 쪽에는 작은 파우더룸이 있다.
화장대도 깔끔하게 비워두는 편이지만-
향을 너무 좋아해서 취향에 따라 바디크림과 몇 가지 향수, 룸스프레이, 향초 그정도만 딱 꺼내놔요.
침실에서 계단을 한 층 올라오면 주방과 거실이 있어요. 먼저 거실부터 소개해드릴게요.
제가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조명과 자연스러운 컬러, 마감재의 간결함인데요- 바닥재나 가구 배치 등 거실은 그러한 점들을 최대한 반영한 공간이에요.
아무래도 넓지 않은 공간에 간결함을 유지하려다 보니 물건을 비우며 살고 있어요. 어쩌다 보니 자연스레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게 되더라고요.
아이 장난감 같은 경우에도 수납이 어렵고 짐 될만한 큼직한 것들은 대여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평일은 빌려온 장난감으로 신나게 놀고, 반납하는 날에는 집을 싹 청소하고 외출해요. 아이와 함께 사는 집인 만큼 5일은 아이를 위해, 2일은 저를 위해 공간을 가꾸는 게 육아 스트레스도 덜고 서로의 것을 함께 존중하며 산다는 만족감이 커요.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위한 트리.
넘어질 수 있는 스탠드형 트리를 대신하여
직접 벽트리를 만든 엄마의 마음이 느껴진다.
소파 옆에는 캔들워머와 캔들을 배치해
때때로 켜두고 좋아하는 향을 즐긴다.
저희 집은 낮과 밤의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밤에는 차분하고 고요하다면 낮에는 해가 잘 들어서 따뜻하고 역동적인 느낌이 강해요. 낮 시간 동안 아이가 바닥에 그려진 햇살 아래 앉아 노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요, 그런 모습을 보고 있을 때면 집을 지은 동안의 고생이 싹 잊혀져요. 일상적인 장면들이지만 가끔은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협소주택은 대체로 주방을 간소하게 만드는데, 저희 집은 제가 요리를 좋아하는지라 주방을 크고 길게 만들었어요. 식사를 준비하면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조리공간은 아일랜드 쪽으로 뺐답니다.
주방도 딱 꺼내놓을 것들만 꺼내놨어요. 도마 믹서기 외에는 전부 수납장으로. 요리를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그릇에는 욕심이 없어 수납공간이 아주 넉넉하답니다.
주방 사이로 보이는 긴 창은 원래 계획에는 없었어요, 그런데 신랑이 주방에는 햇살이 꼭 비춰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서 도면 수정을 보고 넣은 창이에요. 따스한 햇살 받으며 요리를 할 때마다 신랑의 마음이 느껴져서 항상 기분이 좋아요.
다용도실과 서재로 오르는 계단,
자세히보면 계단 사이에 홈을 두어 책장으로도 활용 중이다.
아이는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할 때마다 자연스레 책을 접한다고-
계단을 올라오면 화장실 문과 다용도실이 보여요. 화장실 문은 공간 효율성을 위해 슬라이딩 도어로 설치했어요. 아이들이 조금 자라면 이곳이 아이들만의 독립된 화장실이 되겠지요?
이곳은 다용도실이에요. 원래는 방을 만들려고 했다가, 중간에 수정하여 문을 전부 없애고 런드리 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나중에 아이가 자라면 문을 따로 달아서 방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 )
서재도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꼭 필요한 가구만 두었어요. 늘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이 많아 디자인 책 몇 가지와 컴퓨터만 있네요.
아이의 놀이터가 되어버린 계단과 귀여운 아지트. 저 안에서 놀면서 몇 번 머리를 쿵- 하더니 이제는 조심히 잘 기어서 다니더라고요. 어렸을 땐 저렇게 좁고 동굴같이 공간을 왜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저 공간에서 노는 모습 볼 때마다 너~무 귀여워요 :D
계단이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아기 잠자는 방이고요, 반대편으로 올라가면 옥상이 나와요.
아이가 이 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오롯이 낮잠과 밤잠을 잘 때뿐이에요. 그래서 그 어떤 소품도 두지 않고 침대 와 공기청정기, 아이를 볼 수 있는 CCTV만 설치해두었어요. 아이 방에만 유일하게 암막 블라인드를 설치해 최대한 잠이 잘 오는 공간으로 꾸렸어요. 아이에게 잠자는 방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세워주니, 아이와 저희 부부는 분리불안 없이 따로 밤에 잠을 편히 잔답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집은 곧 우리 가족인 것 같아요.
내 아이가 편히 잠들고 맘껏 뛰놀 수 있고, 따뜻한 밥 한 끼 호호 함께 불어가며 먹을 수 있는 - 그런 사소한 우리 가족의 일상이 켜켜이 녹아든 이 공간 자체가 곧 우리 가족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우리가 함께 살 공간을 내 손으로 직접 완성했으니, 다음 스텝은 이 곳에서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아이들은 좋은 기억을 안고 잘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모든 게 처음이고 부족한 초보 엄마인 제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제일 완벽하고 따뜻한 선물이 바로 이 집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 )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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