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홀가분한 금요일 저녁이면 함께 술을 먹고, 게임을 하고 토요일에 늦게 일어납니다.
저희는 결혼해서도, 결혼 이전의 각자의 모습을 존중하기로 했지만
서로를 받아들이고 어우러지다 보니 어느새 닮아가는 것 같아요.”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홍대에서 음악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어요. 당시 남편이 밴드를 하고 있었거든요. 알고 지낸 건 3년 정도, 가까워지고 연인이 된 후 연애 9개월 만에 결혼하게 되었어요.
저희는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어요. 16살 리에, 4살 망고예요. 연애시절 지금의 남편이 저희 집에 놀러 왔었는데, 남자를 무서워하는 리에가 남편 무릎에 올라가 앉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때 결혼을 결심한 것 같아요.
남편이 제안한 건데요, 매주 일요일 저녁에 대화의 시간을 가져요. 이번 주에는 서로 어땠는지, 아쉬웠던 것은 무엇이었고 고마웠던 것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요. 그러면서 새로 규칙도 정하고요. (예를 들어 남편은 새벽 2시 이전에 게임을 끝내야 해요.) 서로에 대한 비판보다는 칭찬이 더 많이 오가고 있네요.
처음에는 사소한 것도 일일이 다 상의했어요. 컨셉, 가격, 디자인, 등 함께 찾아보고 비교하고 제일 나은 것을 고르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싸움이 잦아지더라고요. 결국 소파나 TV 같이 큼직한 가구는 남편이 주로 골랐고, 디테일한 소품은 제가 골랐습니다. 남편은 무채색의 미니멀한 것을 선호하고 저는 원색 계열의 맥시멀 한 것을 선호해요. 전반적으로 단정하게 스타일링 하되, 소품들에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타협했지요. 이 타협점이 여실히 드러난 공간은 바로 서재인데요, 각자의 취향을 마음껏 녹인 미니멀과 맥시멀이 충돌하면 어쩌나 했던 우려와는 달리, 취향이 잘 어우러져 예쁘게 완성되었어요.
각자의 필요와 로망을 녹인 공간을 꼭 두는 것이요. 저에게는 바 테이블이 있는 베란다가, 남편에게는 마음껏 게임을 할 수 있는 서재가, 고양이에게는 마음껏 쉬고 놀 수 있는 안방의 숨숨집이 딱 그러네요. 사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공간을 구성하긴 했지만, 결국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서 저희 집 인테리어에 시너지를 낸 것 같아요. 때때로 남편은 바 테이블을 홈 카페로 사용하고, 저는 서재를 원고 작업실로 사용하고 있거든요. 참, 남편이 제안한 매주 일요일의 대화의 시간도 베란다와 서재 공간을 넘나들며 오붓하게 보내고 있답니다.
최근에 새롭게 마련한 베란다 공간이요. 남편과 고양이와 함께 놀기에도 좋고, 매주 일요일 저녁, 속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지기에 딱 적합한 공간이에요.
제가 워낙 애주가라서 술 먹는 테이블을 따로 두고 싶었어요. 왠지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때때로 다과를 차려 먹는 다용도 식탁과 별개로 오직 취미를 위한 전용 테이블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하나의 로망이었죠. 마침 베란다가 죽은 공간인 게 눈에 띄었어요. 잉여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곳에서 저의 로망을 실현시켜 보기로 했어요. 저희 집 베란다는 그렇게 넓지도, 좁지도 않은 규모의 공간이라 가구 하나로 공간이 답답해지면 어쩌나 마음 한편에 약간의 걱정이 스쳤지만,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답니다.
우선, 주방에 있던 일룸 엘바 바 테이블을 베란다로 옮겨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고심 끝에 창가 쪽에 두기로 했어요. 한 번씩 창 바깥으로 내리는 비와 술이 어우러지면 예술일 것 같더라고요. 다음으로 트롤리를 가져다가 바 테이블 옆에 두고 술과 안주를 차곡차곡 정리해 두었어요. 정리하다 보니 트롤리 내부가 무척이나 넓더라구요. 이 트롤리도 엘바 바 테이블과 마찬가지로 정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과정 중에 있어요. 전세집이어서 오래된 몰딩 색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거나 하는 한계가 있지만요. 그래도 이 집이 마음에 들어서 전셋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줄곧 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저희 부부와 고양이 모두가 편한 공간으로 가꿔 나갈 거예요.
네, 저는 술을 가장 좋아하고 남편을 게임을 가장 좋아해요. 각자 살아온 인생만큼 같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단지 부부라는 이유 때문에 억지로 ‘다름'을 맞춰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취미를 존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마련 아닐까요. 사랑하면 닮는다는 말도 그런 맥락인 것 같아요. 전혀 다른 각자의 취향을 온전히 녹여냈음에도 한 걸음 뒤에서 보면 참 잘 어우러지는 저희 집 서재처럼 말이에요. 앞으로도 저희 부부는 서로를 존중하며 욕심내지 않고 지내고 싶어요.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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