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안녕하세요, 홈 패브릭을 디자인하며 '모노밀리'라는 온라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 여가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봐요. 음악도 좋아해서 종종 기타를 치거나 키보드를 연주합니다.
인테리어를 전공해 자연스럽게 인테리어 회사가 첫 직장이었고, 이후 모델하우스 디스플레이 일을 하면서 가구를 디자인하고 소품을 연출하는 일을 했어요. 그 후 패브릭 회사를 접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인테리어에 관련된 모든 일들을 전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인테리어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제 삶의 일부가 되었네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지어진 지 12년 된 17평 다세대 주택(빌라)입니다. 저희 집은 침실 1개, 침실과 동일한 면적의 취미방 1개, 드레스룸, 화장실 1개, 거실 겸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저는 집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채광과 위치, 주변 환경인데요. 이번에 만난 집은 햇살이 좋은 날엔 무려 오후 6시까지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주 밝은 공간이에요.
BEFORE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위치랍니다. 저희 집은 걸어서 북악스카이웨이로 갈 수 있는 산언저리에 있어요. 조금 불편한 교통 환경은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조망권을 선택했어요. 매일 아침 발코니로 나가 병풍처럼 쫙 펼쳐진 북악산을 바라보며 일과를 시작하는 게 저의 루틴이 되었답니다.
자가가 아니어서 구조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으니 공간에 맞는 디자인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 집의 구조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컨셉을 택했습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창문이 많고 창문을 열면 어느 방향에서든 산과 나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인테리어 컨셉은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내추럴'로 잡았고 가구와 소품을 대부분 우드 소재로 연출했습니다.
이때 직업병이 발동하여 이 조그만 집을 위해 무려 디자인 보드를 만들고 이사 한 달 전부터 플랜을 짰습니다. 공간의 구성과 가구 배치를 위해서 실측을 토대로 도면을 완성했어요. 전 싱글 라이프고, 방이 3개여서 목적이 뚜렷한 공간으로 구성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정말 잠만 자는 침실, 주방 겸 거실, 드레스룸, 취미 방 이렇게 구성해보았어요.
BEFORE
가장 중점을 둔 공간은 거실 겸 주방인데요, 거실과 주방이 분리되지 않은 작은 평수의 구조이기 때문에 소파와 식탁 중 한 가지만 선택할 수 있었어요.
AFTER
그래서 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여 일을 하기 위한 책상 역할도 할 겸 평소 책이나 영화를 보기에도 좋은 식탁을 선택했어요. 이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던 브랜드의 고재 테이블을 들였고요 여기에 어울리는 원목 의자와 벤치 의자로 구성했어요.
테이블 중앙에는 무드를 더해주는 라탄 펜던트를 달고 벤치 위에는 편안함을 더해주는 광목으로 제작한 방석과 쿠션을 매치했어요.
그리고 이 집의 특이한 점 중의 하나가 바로 창문의 형태인데요, 벽 전체가 창문이지만 길이가 짧아서 창문에서 밖을 바라보는 느낌이 갤러리처럼 또 하나의 인테리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길이가 긴 커튼보다는 블라인드를 선택했고 전체적인 컬러에 맞는 우드블라인드를 설치했답니다.
주방 겸 거실로 활용하는 공간이라 식탁 위에서 종종 업무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경우도 있는데요. 벤치에 앉으면 싱크대와 오래된 냉장고가 보여서 나름의 공간 분리와 시선 차단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우드 파티션을 두었답니다. 바람에 따라 흩날리는 광목(넓은 편직으로 짠 면직물) 덕분에 근사한 분위기도 더해져 정말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큰 화분을 둘 여유 공간이 없어서 높이는 낮지만 옆으로 광활하게 퍼져 멋있는 설렘을 데리고 왔어요.
싱크대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컬러가 집과 어우러지고, 살짝 빈티지한 느낌이 있어서 그대로 두었어요. 그리고 싱크대 옆 작은 냉장고는 오래되었지만, 저의 서울살이를 쭉 함께 해오고 있어 기특한 아이랍니다.
저는 보통 현관에 설치하는 중문을 침실 입구에 두었어요. 식탁 의자에 앉았을 때 마주 보는 안방 문도 하나의 인테리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방 문을 과감하게 떼어내고 유리 중문을 설치해서 공간에 변화를 주고자 했어요.
처음에는 웨인스코팅 몰딩으로 프렌치한 느낌을 더하려다 공간의 분위기에 비해 과한 느낌일 거 같아 기본 디자인으로 제작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깔끔해 보여서 더욱 만족스러웠어요.
침대에 누워 창문을 바라보면 하늘이 보여요. 침실은 오직 수면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어떠한 방해 요소도 더하지 않았어요. 수면 이외의 활동은 모두 다른 공간에서 마무리하고 들어오고 싶었죠.
침실 조명은 조도를 낮추어 무드 등으로 사용합니다.
저의 모든 취미를 모아둔 취미 방이에요. 이 방도 내추럴 인테리어를 컨셉으로 우드 가구와 편안한 분위기의 패브릭으로 연출했어요.
조금 더 안락한 느낌을 내기 위해 소파 위에 소파 토퍼(소파용 얇은 매트리스)를 만들어서 연출했고 바닥에는 러그도 깔아 주었어요. 여가 시간에는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거나 손님이 오면 손님 침대로 활용하기도 해요.
벽면에는 라탄 거실장을 두어서 책장과 장식장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소파 맞은편에는 키보드와 기타가 있어서 종종 혼자 노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답니다.
베란다로 가는 벽 쪽에는 전자제품과 간단한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선반이 있어요. 화장실엔 창문이 없어서 환기를 위해 문을 자주 열어두는 편인데요. 어느 정도 시선을 차단하고자 가리개를 달았어요.
베란다는 이 집에서 가장 꾸미지 않았지만 제가 가장 위로받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전 그동안 오랜 자취 생활을 하며 '집'이라는 공간에서 크게 위로받아본 적은 없었어요. 제게 집은 단순히 살기 위한 공간에 불과했거든요. 늘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아왔는데, 지금의 집을 만나게 됐어요.
이 집의 발코니는 제게 위로를 건네줍니다. 제가 매일 아침을 시작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발코니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생각이 비워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햇살이 좋은 날에는 반려 식물을 광합성 시켜주기도 하고요.
특히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경치는 매일매일이 선물 같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베란다로 가서 창밖을 바라보는 일인데요, 이때 복잡했던 생각이 조금은 정리되기도 해요. 특히 계절에 따른 풍경을 볼 때마다 우리 인생과도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같아 보이지만 사람도, 자연도 매일매일 이렇게 변하고 있잖아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집에 대한 가치관도 점점 바뀌었어요. 비록 10년을 훌쩍 넘긴 건물이지만, 내가 집을 어떻게 꾸며나가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세월의 흔적도 내 손길과 취향이 닿으면 예뻐보이더라고요.
집 밖으로 나가서 조금만 걸으면 산공기를 마실 수 있고 남산타워 뷰가 부럽지 않은 산책로가 펼쳐져 있으며 조금 더 걸으면 북악스카이웨이까지 갈 수 있어요. 이 집과의 인연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 제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정말 잘, 살아보려고 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머무르는 곳이 모두 행복하고 편안한 집이길 바랄게요.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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