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정의에 불타오르고 늘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는 좌우명을 가진 Mariemitte라고 합니다. 취미는 집 청소와 가구 배치, 요리해서 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등이에요. 3D 애니메이터로 일하다가, 지금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답니다.

요즘 집에 있을 땐 소파에 누워서 예능을 틀어두고 핸드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요. 핸드폰으로는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당근 마켓 파헤치기를 하고요. 아, 그리고 종종 저희 집 고양이 레오의 손을 만지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곤 한답니다.

잠깐! 레오는요...

저희 집을 보여드리기 전에 레오를 잠깐 소개해드릴게요.

레오는 이모께서 "친구가 길냥이를 구출했는데 더 이상 못 키우게 되었으니 네가 데려가라. 끊어."하고 전화하신 뒤에, 갑작스럽게 저희 집에서 함께 살게 된 귀여운 고양이예요. 

레오는 말이 많은 무릎냥이면서, 뽀뽀도 잘해주고 앉아도 할 줄 아는 애교쟁이에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레오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서 매일 주사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어서 완치되길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왠지, 가끔은 오레오가 살기 위해서 저희에게 보내졌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럼 소중한 레오와 저희 부부가 함께 사는 공간을 소개해드릴게요.

집 정보

저희 집은 1986년에 지어진 18평 연립빌라예요. 방 3개, 화장실 1개, 거실, 안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제가 집을 알아볼 때 신경 썼던 건 4가지였어요. 첫째로는 방이 3개였으면 좋겠다는 거였고, 둘째로는 가격이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거였죠. 셋째와 넷째는 거실과 부엌이 분리되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청결이었어요. 그런데 부동산에 이렇게 말하면 "요새 그런 집이 어디 있어요? 다른 곳 알아보세요!"라던가 "이 집만큼 괜찮은 집 없어요"하는 대답만 돌아오더라고요.

하지만 고집이 센 저는 포기하지 않고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나, 출퇴근 시간, 심지어 자기 전까지도 두 달 정도 어플로 집을 찾고, 여러 번 후보 집들을 방문했어요. 그때 어플에서 만난 이 집은 가격도 괜찮고, 깨끗하고, 또 방 3개에 부엌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던 집이었어요. 그러니까, 모든 조건을 만족시킨 거죠. 은평구라는 새로운 동네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속는 셈 치고 이 집을 찾아갔답니다.

그런데 맙소사! 이 집에 들어선 순간 제가 생각했던 건 '아, 바로 이 집이야! 헙!'이었어요. 우선 바닥이 너무 마음에 들었죠. 지금까지 정말 촌스럽고 저렴해 보이는 황토색 바닥만 보다가 이렇게 고급스럽고 어두운 우드 톤 바닥이라니. 바닥을 보자마자 저는 이미 계약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어요. 문제는 남편을 설득하는 거였죠.

저희 남편은 다른 건 다 제 취향을 이해해줬지만, 청결과 직장과의 거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집은 남편 그리고 제 직장과도 모두 거리가 멀다는 게 문제였어요. 하지만 '집은 집다워야 해! 이곳은 우리가 잘 쉴 수 있고 행복한 집이 될 것 같아!'라고 설득해, 그다음 날 아침에 바로 계약을 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직장을 옮겨 출퇴근 왕복 시간이 이전보다 두세 시간 정도로 더 멀어졌어요. 그래서 금요일 밤 저는 좀비가 되어있답니다. 하지만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어요. 이 집은 저로 하여금, '나'를 더 잘 알게 해준 그런 공간이거든요.

집에 대한 가치관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인테리어와 요리에 관심이 많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랐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꾸며주신 방에서 지내고 골라주신 옷을 입었죠. 사춘기에 접어들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아, 나는 엄마와 취향이 매우 다르구나' 그 후로 어머니가 본인의 스타일을 강요하시니, 더 반항을 하며  완고히 제 스타일을 키워나갔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생각했어요. '나중에 결혼을 하면 무조건 내 스타일대로 꾸며야지!'하고요.

그래도 어머니가 물려주신 취향이 하나 있다면 앤틱과 빈티지예요. 저희 엄마는 유럽풍 앤틱을 너무 좋아하셔서 플리마켓, 앤틱 시장을 자주 다니셨는데 저도 그런 날이면 양치만 하고 새벽부터 따라다녔거든요. 엄마와 제가 사오는 건 각각 달랐지만, 둘 다 '옛것'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에는 동의했던 것 같아요.

제 인테리어 경험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24살 호주를 떠나 한국에서 혼자 자취생활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처음 자취이기도 하고,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유행에 따라 집을 꾸몄어요.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이요. 

하지만 이번에 꾸민 집은 남편과 결혼을 하고 나서, 제가 이전부터 좋아하던 취향과 소품들을 모두 반영해서 꾸민 공간이라는 점에서 정말 특별해요. 저를 마음껏 펼쳐두었달까요? 완성된 집을 보니, '아, 이게 내 모습이구나' 싶기까지 하더라고요. 30년 만에 저를 찾은 느낌이었죠. 그래서 전, 집이란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무언가라고 생각해요.

집의 중심을 잡아주는 거실

그럼 맨 처음으로 거실부터 보여드릴게요. 저희 집의 전체적인 무드를 잡아주는 공간이에요. 전체적으로 빈티지하면서도 다양한 색과 패턴이 어우러지는 느낌으로 꾸몄어요.

거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구인 회전의자와 테이블은 당근 마켓에서 산 거예요. 회전의자를 사면서, 고양이가 있다면 이 의자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 정말 오레오가 운명처럼 저희에게 오게 되었네요. 정말로 레오는 회전의자에 올라가서 낮잠을 자는 것을 좋아해요.

이쪽은 소파 반대편 TV가 있는 쪽이에요. 모듈 가구 위에 TV를 두고, 그 주변을 각종 식물로 장식했어요. TV 아래로는 레코드플레이어와 각종 소품들을 전시해 두었답니다.

그 이외에 거실에서 특별한 가구는 바로 이 '자개 화장대'예요. 요즘엔 흔치 않은 고가구인데, 저희 집 거실과 참 잘 어울리더라고요. 평소에 현관 정면으로 놓여있는 이 화장대를 보며, 외출하기 전 마지막 단장을 하고는 해요.

음식과 사진을 사랑하는 부부의 부엌

부엌 가구는 엑셀 시트에 원하는 가구 리스트를 모두 적어놓고 하나씩 삭제해가면서, 정말 신중하게 골랐어요.

먼저 소개해드릴 가구는 저와 남편이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는 식탁이에요. 저희 부부는 음식에 진심이라서, 요리를 하고 이 식탁 위에서 사진을 찍는 낙으로 살거든요.

# 해 먹은 음식들이에요

이 식탁을 고르며 흰색으로 할지 원목으로 할지, 4인용으로 할지 6인용으로 할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 원형 원목 식탁을 보고 '테이블이 6인용으로도 변신할 수 있단 말이야?' 하면서 바로 결정해버렸죠. 손님 대접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집에 6인용 식탁을 들여놓기는 애매하던 찰나에 이 식탁은 더할 나위 없이 딱 저희 집에 맞는 가구였거든요.

의자는 어쩔 수 없이 디자인이 다 달라요. 자취할 때 샀던 의자도 디자인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버리기는 아까워서 그냥 가져다 두었거든요. 그래서 아예 의자 디자인이 다 다른 컨셉으로 잡고, 당근 마켓에서 나머지 의자를 구매했답니다. 그중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건, 다리에 바퀴가 달려있는 회전식 원목 의자예요. 유니크하고 편해서 아주 좋답니다.

이 등나무로 만들어진 선반도 당근 마켓에서 가져온 거예요. 저희 차가 소형차였는데, '예쁘면 무조건 가져온다'는 고집으로 힘들게 데려온 녀석이랍니다. 한겨울에 대각선으로 넣고 차의 창문을 열고, 저는 남은 공간에 구겨지기까지 하며 저희 집으로 데려왔는데요. 아마 이 선반이 집꾸미기에 대한 저의 열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교훈과 재치가 담긴 안방

안방은 제가 잠잘 때에 조금 예민한 편이라 간단한 가구만 두고, 숙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꾸몄어요.

침대 옆 가구는 제가 제일 아끼는 아이템 중 하나인 자개 서랍장인데요. 이 서랍장도 거실에 있는 자개 화장대와 세트로 사 왔답니다. 전 주인이셨던 아저씨가, '서랍장은 새가 서로 바라보게 두어야 해요'라고 하셔서 바로 그렇게 배치했어요.

얼마 전 거울을 배달해 주신 아저씨께서 자개 화장대와 서랍을 보시더니, '저희 집에도 자개장이 있었는데 버리지 말 걸 그랬어요'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당연하게 있었던 것들이 지금은 어떤 이유로 없어지고, 사라지곤 했더라고요. 그 이후로 당연한 것들을 사랑하고, 지금까지 남은 귀한 것들을 더욱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자개장은 제게 더욱 가치 있는 가구인 것 같아요.

거울 앞에 서서 얼굴을 거울에 가까이하고 화장하는 걸 좋아해서, 스탠딩 화장대를 열심히 찾았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남편이 자취하면서 사용하던 책꽂이 서랍장을 세로로 세워서 썼는데, 너무 편한 거 있죠.

수납공간도 많고 크기도 딱 좋아서 이후에 서랍장을 더 쌓아서 이렇게 화장대로 만들어서 쓰고 있어요. 화장대 위에 있는 거울도 당근 마켓에서 구매했는데, 잘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오묘한 분위기와 실용성에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여기는 안방의 창문 쪽 공간이에요. 이 집에 들어오기 전부터 저 공간에 식물을 가득 두면 너무 예쁘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이 집으로 이사를 와서 이 공간을 초록으로 가득 채웠어요. 요즘 신축에는 이런 공간이 잘 없잖아요. 그래서 더 유니크하고 마음에 들어요. 점점 세월이 묻어나는 이 집을 더 사랑하게 되네요.

다음 집에 대한 다짐이 담긴 욕실

너무 오래된 타일로 이루어져 있어, 보여드리기는 조금 부끄러운 욕실이에요. 그래서 이번 집들이에서는 살짝만 보여드리기로 할게요.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화장실 안에는 수납장이 없었어요. 그 대신 전에 살던 분이 가져다 놓으신 선반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선반이 작다 보니 이것저것을 못 놓는 게 아쉬워서 벽에다 붙일 수 있는 건 없을까 해서 면봉 케이스와 솜 케이스를 사서 붙여놓았어요. 이렇게 하니까 편리하기도 하고 예쁘더라고요. 눈에 띄는 휴지 걸이는, 당근 마켓에서 사 온 거예요.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주죠. 

이 돌들이 눈에 띄죠? 원래는 타일을 모두 리모델링하고 싶었지만, 월세라 '내 돈 내 시공'이 아까워 그냥 지우지 못하는 오랜 흔적들을 가려둔 거랍니다. 이전에 살던 분들도 돌을 이용해서 화장실의 부족한 부분을 가려두셨더라고요. 욕실 소개를 마치며 집에 대한 소원을 한 가지 말하자면, 다음엔 꼭 '리모델링'을 하고 싶달까요?

괘종시계가 있는 베란다

개인적으로 매우 뿌듯한 일화가 얽힌 가구가 있는 베란다예요. 사진 속의 괘종시계가 바로 그 가구랍니다.

당근 마켓 무료 나눔으로 가져온 이 시계를 거래할 때, 할머니께서는 '내 나이 또래인 줄 알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참 대단하네요. 잘 사시겠어요'라고 하셨어요. 그때 그 말이 제겐 정말 큰 감동이었죠. 빈티지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물건을 가져다가 보금자리를 꾸민 저로서는 보상을 받는 듯한 말이었거든요. 그래서 이 시계는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아끼는 가구가 되었답니다.

팬트리 공간으로 사용하는 다용도실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다용도실이에요. 팬트리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이랍니다.

이 선반은 처음 자취했을 때 사용하던 선반인데, 전자레인지, 믹서, 오븐을 올려두었어도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랍니다. 꽤 무거운 것들이 많이 올려져 있는데도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어 아주 장하게 여기는 그런 선반이에요.

선반 위는 최대한 깔끔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바로바로 꺼낼 수 있게 수납을 해두었어요. 수납 박스들은 다이소에서 샀답니다. 아 참, 이건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혹시 쓰레기봉투도 접어두시는 분이 계실까요? 처음엔 그냥 널브러뜨려서 보관했는데 빨래를 개듯이 접어 박스에 넣어 보관하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접을 땐 정말 귀찮긴 하지만요.

집들이를 마치며 -

집이란 그 속에 사는 저를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함부로 누군가를 집에 초대하지 않죠. 완전히 저를 받아주는 사람들만 초대해요. 그렇지 않으면, 마치 자고 바로 일어나서 양치도 안 한 제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이번 집들이가 제게는 참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이 집들이를 읽으신 분들이 궁금해하실 부분이 무엇일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어 최근 많이 들은 질문에 답을 하며 글을 마쳐볼게요. 많은 분들이 이렇게 물으시더라고요. '어떻게 가구들이 어울릴 줄 알고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를 들여오나요?'하고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예쁜 건 무조건 들여온다'라는 거예요. 저는 길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어디에 둘지 모르겠으면 그냥 아무 데나 두죠. 한 달 지나서도 마음에 안 들면 자리를 옮기면 되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냥 두면, 그대로 예쁘더라고요. 색감이 비슷하면 더욱 금상첨화죠. 더욱 조화로운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집꾸미기 팁을 드리자면, 저는 여러분이 집을 꾸미기 전 '가장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인테리어 컨셉이 딱 잡히고, 그 후엔 예뻐 보이는 것들만 들여오면 되거든요. 저는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고, 고집이 센 제 취향을 반영했더니 이렇게 집이 완성되었어요.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 저는 이만 집들이를 마쳐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이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면서요. 모두들 마음에 드는 집꾸미기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