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황금 연휴 막바지, ‘그 집은 정말... 제가 가본 집 중에서 가장 유니크해요. 집 자체가 너무 독특하고.. 여하튼 여기 진짜 좋아요-!’라는 제보를 받았다. 도대체 어떤 집이길래..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서면, 서면역과 부전역 사이의 전통시장 어귀에서 그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잘 찾아오셨네요~?
주변이 조금 정신없죠..?ㅎㅎ”
30년 된 상가건물의 꼭대기, 4층에 살고있는 보경님. 작업실 겸 신혼 집을 구하던 중 우연히 이 집을 만나게 되었고, 이 집을 본 이후에 다른 집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영상으로 만나보는 집꾸미기
이 집에 들어오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안녕하세요-! 부산에 살고 있는 독특한 공간의 주인, 김보경입니다. 저는 원래 번역 일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현재는 일러스트 작업을 기반으로 ‘레이지레이디’라는 개인브랜드를 준비중입니다.
현관문에서부터 예사롭지가 않죠..?
이 집에 들어오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아무도 제가 여기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하시더라구요(웃음) 서면이랑 가깝지만 사실 부전동은 이전에 와본 적도 별로 없어요. 어르신들이 주로 다니시는 동네랄까요...?
이 집에서 지낸 지는... 작년 9월에 결혼하고, 10월부터 살기 시작했으니 6개월이 조금 넘었네요. 제가 이사오기 전에 2년 정도 집이 비어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관리가 안 되어있었어요.
민낯이 예쁜 집
저희 부모님께서도 그렇고 시부모님께서도 그렇고.. 그 모습을 보시고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한 번 꽂히면.. 하는 스타일이라..ㅎㅎ 물론 도배와 장판은 다시 해야했지만 민낯이 예쁜 집이라(?) 기초화장만으로도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더라구요. 지금 보니 부모님들께서 반대하실만도 했네요..ㅋㅋ
계약서 상에는 34평이라고 되어있지만 공용 공간이 작다 보니 아파트 34평보다는 더 넓은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건물의 주인 분께서 살 던 곳이라 3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멋스럽게 낡았더라구요.
오전 시간에는 여기 테이블에서 뉴스도 확인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요.
(보경님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
프리랜서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서 작업하기도 하구요.
대로변에 위치해서 소음이 조금 있어요. 이중창으로 되어있기는 하지만.. 낮에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큰 창문이 집을 빙- 두르고 있기 때문에 채광이 정말 좋아요.
이 쇼윈도우 같은 창문이 독특한 저희 집의 분위기에 한 몫 단단히 하는 것 같아요. 너무 예쁜 공간인데.. 밖에서 유리를 닦아주지 않아서 ㅠㅠ 조금 뿌연 느낌이..
뿌연 유리를 가리기 위해서 모아 놨던 박스로 장식을 했어요. 원래 박스를 좋아하기도 하고, 버리지 못해서 가지고 있었던 것을 그냥 두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예쁜 박스가 생기면 또 두고 있어요. 예쁘니까! 안 예쁜 것들은 진작에 갖다 버리구요..ㅋㅋ
뉴욕 에어비앤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주방인테리어
신혼여행으로 뉴욕에 갔는데, 뉴욕 에어비앤비 집들을 보니까 철로 된 상판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거에요. 원래는 원목 상판을 하고 싶었지만, 잘 관리할 자신도 없었고.. 집에 워낙 나무로 된 것이 많으니 자칫 너무 옛날 집처럼 보일 것 같아서 뉴욕st 주방으로 꾸미게 되었어요.
주방은 기존에 있던 주방가구를 직접 철거하고 좋아하는 청록색으로 남편과 함께 셀프로 페인팅을 했어요. 남편은 원래 무엇인가를 셀프로 하는 것 보다 전문가에게 맡기자는 주의이고, 저는 대체로 셀프로 하고 싶어하는데, 사실 남편이 더 꼼꼼해서 제가 시작을 하고, 남편이 다 수습해요.(히힣)
생각했던 것 보다 청록색과 나무 그리고 스테인리스의 주방가구들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직접 작업해서 그런지 더욱 애정이 가는 공간이기도 해요.
통일 하는 것을 좋아해서 냉장고랑 선반도 비슷한 소재를 찾아 맞췄어요. 스테인리스 작업대를 사용해보니 엄청 편리한 것 같아요. 냄비 받침 없이 뜨거운 냄비를 올려 둬도 되고, 김치 국물을 흘려도 얼룩지지않고.. 장점이 많아서 다음 집에도 이렇게 하고 싶어요.
냉장고에 붙어있는 이 마그네틱은 친구가 선물로 준 것인데.. 멘트가 너무 마음에 들어가지고.. 뗄 수가 없네요..ㅋㅋ
온전한 나만의 공간
이 방이 바로 제 작업실이에요. 온전히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을 가지게 되어서 참 좋아요. 왠지 “작업해야해!!” 하는 긍정적인 긴장감과 압박감도 있고..
혼자서 사용하기 아까운 공간이라서 앞으로 여러가지 오픈 클래스를 하려고 준비중이에요. 그래서 6인용 테이블도 미리 준비해 두었어요. 이 테이블이 생긴 후로 모임을 저희 집에서 자주 가지게 되었어요.
좋아하는 케익을 사와서 친구들이랑 함께 있으면 이만한 카페가 없더라구요ㅎㅎ
제가 작업하는 책상이에요.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는 공간이기도 하죠. 우연히 저 책상다리를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리를 구입해서, 목공방에 상판 작업을 부탁드려서 책상으로 만들었어요.
책상 위에는 컴퓨터와 태블릿을 두고, 아기자기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요.
이전에 하던 번역 일은 남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일이라 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많은 것들 중에 특히 그림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다른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주어지는 것이 없으니까 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원하는 무언가를 딱! 찾았을 때 주어지는 즐거움이 있어요.
책상 앞으로는 세 자매 중에서 혼자 골드빛이라서 이름이 골디가 된 골디 자리도...
책상 옆으로는 취미로 하는 재봉틀도 있구요~
(보경님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
테이블에 앉아서 집을 소재 삼아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제가 직접 그린 그림들도 있고, 예뻐서 산 그림들도 있어요.
아기자기한 것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제 성격이 딱 드러나죠..?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화장실
다음으로 소개할 공간은 화장실이에요.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고 나니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구요. 아.. 화장실 공사는 못하겠구나 싶었어요.
정말 옛날 영화에서나 볼법한 화장실이죠? 스테인리스로 된 욕조라니...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또 바로 이 집의 매력이 이런 것 아닐까..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텀블러처럼 보온효과가 있어서 목욕할 때 오랫동안 온수가 따끈하게 유지되는 장점도 있어요-!!ㅎㅎ
복도를 따라
복도를 따라 있는 책장에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들로 가득 채웠어요. 그림책이나 사진집을 좋아하는데 대체로 책 크기가 일반 책보다 큰 편이라 넉넉한 사이즈로 책장을 주문제작했어요.
책장 위에는 선물 받은 그림과 웨딩 사진 액자로 장식해 두었어요.
계단을 올라 위 층으로
이제 위 층으로 올라가 보도록 할게요.
건물의 5층, 우리 집 2층의 거실
2층에는 거실과 안방, 그리고 남편의 공간이 있어요. 이곳은 2층의 거실이에요.
해가 질 무렵인 5시나 6시쯤에는 여기 소파에 앉아서 쉬는 시간을 가져요.
햇빛이 쭉- 들어오면 되게 예쁜 공간이에요.
수리를 하려고 하면 할 수록 집이랑 안 어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런 부분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주문했던 TV장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배송이 미루어지고.. 결국엔 취소를 하게 되었어요. 그 기간동안 지금처럼 블루레이를 쭉 놓아 두었는데 사실 불편한 게 없더라구요. 공간을 채우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세집이다 보니 다음 집이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가구는 최소한으로 구입하기로 했어요.
한옥 호텔이 생각나는 안방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가구를 들일 때 무조건 사다리차를 불러야 해요. 그런데 하나를 구입할 때마다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까.. 목공방에서 나무소재들은 일괄적으로 맞추고, 소파와 선반 등 무인양품에서 주로 구입하고 한번에 배송 받았어요.
매트리스를 이스턴킹 사이즈로 주문했더니 맞는 프레임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싱글사이즈 침대 두개를 나란히 붙여서 여유 공간은 선반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침대 옆에는 결혼 선물로 받은 액자와 루이비통 트래블북을 두었어요. 여행과 그림책을 좋아하는 제 마음을 뺏은 책이에요. 특히 뉴욕 편 작가님을 좋아해서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에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에요ㅎㅎㅎ
친구가 그려준 그림에 결혼식 날 하객들이 축하 메세지를 적어준 액자에요.
200% 남편이 꾸민 ‘맨케이브’
이곳은 200% 남편이 직접 꾸민 방이에요. 남편의 취향으로 가득 채운 방이죠
남편은 창과 창 사이의 넓은 공간을 피규어 전시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남편이 마블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파이더맨과 어벤져스 쉴드 헬리케리어에요.
남편하고 취향은 정말 다른데.. 또 성향은 비슷해요. 그 대상이 다를 뿐이겠죠..ㅎㅎ 그래서 저희 집 가훈은 취.향.존.중 입니다(하하)
주변이 다 상가라서 밤 늦게까지 소리를 크게 틀어 놓고 영화를 봐도, 노래를 들어도 부담이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해요. 아무래도 상가 건물이기 때문에 12시가 되면 셔터문을 내리고.. 엘리베이터도 없고.. 사실은 불편한 게 많긴 해요. 하지만 신혼인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살아 보겠어요.
30년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집.. 이 집에 사는 동안은 제가 가진 저만의 분위기로 물들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