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모스크바 유학 후 돌아와 구한 작업실이에요"
안녕하세요, GUI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 정어리입니다. 그림이 좋아서 그림으로 일을 하고 싶었고, 배우고 싶어서 모스크바로 유학을 다녀왔어요. 현재 직접 꾸민 이 공간에서 웹과 앱 디자인 일을 하면서 종종 일러스트레이션 외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옥에 작업실을 구한 이유
예전부터 단독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아파트 주택 신축 빌라 등 주거형태를 거치다보니, 단독에 대한 로망이 더 절실해졌고요. 이번에 모스크바에서 돌아와서는 아예 단독 외에 찾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한번 꽂히면 이거다! 하는게 있는 편이에요. 안채랑 마당, 옥상이 있는 구조인 이 옛날 한옥을 발견하고 단번에 계약해버렸어요. 다양한 작업들을 이곳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리고 이 집을 본 순간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게 참 예쁘게 상상이 됐거든요.
집에 들어오자 마자 보이는 대문 입구입니다. 오래 된 한옥의 느낌이 잘 남아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집을 계약할 때 직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끼친 곳이기도 하죠.
마당은 그냥 하얀 톤으로 되어 있는데, 식물을 배치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마당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본격 셀프인테리어 START!
처음 벽들이 촌스러운 오색빛깔이 나는 벽지여서 벽지를 바꾸는게 시급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을 동원해서 벽을 디자인적으로 구현하는대로 표현하려고 페인트를 선택했습니다.
바닥은 데코타일로 작업했는데요. 인터넷에서 구입해 재료비는 평당 2만원 중반대 정도 들었어요. 색상은 한옥집을 구성하는 나무 빛깔에 맞게 다크한 나무톤으로 골랐습니다.
벽은 빈티지한 느낌을 더욱 극대화 시키고 싶어서 투톤으로 페인팅했어요.
작업 중간중간 일을 하면서 기존 벽지를 뜯어내야 했는데요. 2004년도 신문부터 98년도 신문들까지 아주 골동품 집이 따로 없더라고요. 그냥 이 집 자체가 시간을 그대로 간직한 집 같았어요.
근대 한옥에 모스크바 감성을 더하다.
‘모스크바 치안국’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모스크바에서의 좋은 기억을 담고 싶었고, 요즘에는 잘 쓰이지 않는 치안국 단어랑 조합해보니 색다르더고요.
마당 철문에 제가 좋아하는 러시아어를 아크릴에 그려서 포인트를 줬는데, 감성적이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뜻은 ‘사랑했다. 사랑한다. 사랑할것이다’라는 의미입니다.
노란 장판과 촌스러운 벽지들을 걷어내고 새 옷을 입은 작업방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주로 사용하는 메인 작업실이다보니 가장 비중 있게 꾸민 공간이에요.
전체적인 집 컨셉은 빈티지입니다. 옛가구들을 리폼하고 고쳐쓰고, 여행하면서 모은 빈티지 소품들로 꾸미다보니 이국적이고 독특한 공간이 나온 것 같아요.
가구는 중고 엔틱 가구로 장터에서 파시는 분께 좋은 가격에 양도를 받았고, 정사각형의 거울은 판매자 분께서 그냥 주셨던 걸 빈티지한 노란색으로 직접 리폼했어요.
따로 인테리어 소품을 사지 않고, 갖고 있던 물건들로 꾸몄어요. 러시아에서 공부할 때 틈틈히 빈티지 마켓에서 사 모으던 소련시절 포스터부터 시작해서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모은 옛날 인형들, 골동품 등을 배치해봤어요.
고흐를 좋아해서 집안 곳곳에 고흐 작품 관련된게 많아요. 거울에 장식한 고흐 엽서는 불가리아에 잠깐 살았을 때 구입했는데, 특히 이 키치한 집에 잘 어울려요.
제가 여행다니면서 모은 옛날 컵들과 찻잔이에요. 이 중에는 엄마가 물려주신 컵도 있어요. 엄마도 골동품과 그릇 모으는게 취미여서 그런지 말도 잘 통하고, 서로 컬렉션 모으듯 경쟁하다보니 양이 꽤 많아졌어요.
밤에는 삐까뻔쩍한 공간으로
집안 곳곳에 조명이 많아요. 조명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인테리어에 있어 조명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서, 조명을 켜지 않았을 때의 원래 형태도 좀 중요하게 보는 편이에요.
미러볼을 설치했는데, 공사할땐 이게 맞나, 어떡하지, 일단 저질렀으니 하는게 맞나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어요. 현재는 그런 걱정을 왜 했나 싶네요. 미러볼 쏠 때마다 너무 예뻐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저녁엔 전구들을 활용해서 친구들과 홈파티를 하거나, 따로 저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따로 술집에 갈 필요가 없답니다. 나래바 뺨치는 어리바에요ㅎㅎ
칙칙한 주방을 밝고 화사하게
주방은 상부장을 떼어낸 뒤 다크한 초록색으로 전체적인 톤을 잡았어요. 여기에 천을 이용해서 쇠의 느낌을 덮고 키치한 유럽 주방처럼 꾸몄어요.
주방이 자꾸 답답하게 느껴지는 원인이 상부장 같다고 판단해서, 상부장을 떼기로 결정했어요. 그 대신 선반을 달기로 했는데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
상부장 뒤에 목재 기둥이 있더라고요. 기존의 목재 기둥을 살려서 선반을 달아봤어요. 나무 선반은 문고리닷컴에서 목재재단 서비스를 이용해서 주문했어요.
선반 위에 그 동안 모은 빈티지한 컵들을 쭉 늘어놓았는데, 그냥 그 자체로도 장식이 되더라고요.
중고 가구의 오묘한 매력
이 곳은 ㄷ자 구조의 중앙 미팅룸입니다. 식탁과 의자 모두 중고나라에서 좋은 가격에 양도 받은 것들인데요.
엔틱한 식탁과 의자를 배치해서 드라마에서 보던 옛날 경성시대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특히 중앙에 대형 호쿠사이의 작품을 장식해 놓아서 더 느낌이 사는 것 같아요.
중앙 미팅룸 구석에는 DIY 원목 탁자를 조립하고 스테인으로 칠해줬어요. 여기에 취미로 모은 식물들로 심심하지 않고 생기있게 만들어 줬어요. 식물 위 벽면에 옛날 포스터를 붙여 빈티지한 멋을 더 살렸어요.
여기서도 밤마다 미러볼을 돌리고 한번씩 파티 타임을 가져요. 반대쪽에 베란다처럼 큰 창이 있어서 여름에는 자유롭게 문을 열고 마당에서 파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간의 변화, 생활의 변화
마당 있는 집은 저를 조금씩 변화시켰어요. 원래 가구 리폼과 DIY에 관심이 있었지만, 마당이 생기고 난 후 보다 더 활동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이전이라면 공간의 제약이 있어서 주저하던 것들도 이제는 일단 해보고 봐요.
공간의 변화가 사람의 취미나 관심사도 영향이 미치더라고요. 공간은 그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는 목공에 관심이 생겨 더 시간을 쏟는 것처럼요. 지금은 겨울이라 많이 춥지만, 봄에는 마루에 앉아서 책도 읽고, 기타도 치고 그림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닌 모두의 공간
일단 한국에 머무르는 시기를 장기간으로 늘린 상태예요. 그래서 작업실도 구하게된거고요. 제가 직접 꾸민 이 공간에서 제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콘텐츠도 만들고, 꾸준히 해왔던 무언가를 끊임 없이 계속 만들고 싶어요.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모두 자유롭게 놀다 가고, 창작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갔으면 좋겠어요. 사실 여러 사람들이 와서 자유롭게 일하고 같이 소통하며 아이디어도 얻어 가길 원했거든요. 원래는 그걸 생각하고 이 공간을 기획했어요.
이번 작업실을 꾸미면서 여러 좋은 분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어요. 재료나 디자인 구성이나 이런건 제가 했어도, 시공할 때 이 분들이 없었으면 저는 아마 작업실을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 자리를 빌려 함께 작업실을 꾸민 소중한 친구들과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다시 한 번 드리고 싶어요. 고마웠어요, 그리고 늘 고맙습니다:)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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