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집꾸미기’ 인스타 계정을 태그한 이미지를 둘러보는 중 단번에 눈길이 가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침실 깊숙히 들어오는햇살, 살랑이는 바람과 지저귀는 새소리마저 상상될만큼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자 메세지를 보내자, 다른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따뜻하고 자세한 소개를 담은 답변이 왔다. 유년시절을 보낸 집을 이제는 대학교를 다니며 직접 에어비앤비로 운영중이라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기 위해 곧장 약속을 잡고 전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모악산의 아침 호스트이자 대학생 박수연입니다.
제가 직접 지은 건 아니고 어머니가 지으셨는데, 뜻은 기억이 안나신대요. (웃음)
( 집 안 곳곳 유년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위 - 나무 기둥에 기록한 키재기, 길을 알려주는 여동생의 그림
아래 - 겨울이면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이던 모닥불
저희가족이 16년간 이곳에 살면서 전원주택 생활에 너무 지쳐있었거든요. 매일 부지런해도 티가 안 나는 게 주택이에요. 관리비도 만만치 않고. 때마침 시기가 맞아 떨어져서 진지하게 도심으로 이사를 계획 중이었어요.
그 무렵 어머니가 친구분들과 프랑스 여행에 가셨는데, 그곳에서 ‘에어비앤비’라는 걸 처음 경험해보고 번뜩 아이디어가 떠오르신 거죠.
“ 우리도 에어비앤비 해야겠다! ” 라고요.
마침 도시로 이사는 가고 싶은데, 집을 팔기는 아깝고. 저는 취업 걱정을 하고 있으니. 이거다! 하시고 바로 보수공사를 시작하셨어요. 단, 이곳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임무는 얼떨결에 저에게 주어졌고요. 그렇게 시작됐어요.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설렜네요.
( 숙소 운영을 위해 집 안 상당 부분을 손봤다.
내부 공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수연님이 전부 맡았다. )
으아. 네, 정말요! 매일 운 적도 있어요.
이제 운영한지 딱 1년이 되었는데, 정말 쉬운 게 단 하나도 없더라고요. 목 금 토 3일만 여는 데도, 보통 대단위 손님들이 오셔서 어떤 때는 학교 끝나고 부리나케 달려와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만 3일 꼬박 걸린 적도 있어요.
일상적인 관리 외에도 농어촌 민박 허가라는 어려운 용어를 접해보기도하고, 숙박업을 목적으로 지어진 집이 아니라 1년 내내 계속해서 여기저기 손볼 곳도 많았고요. 잘 해내고 싶은 의욕은 앞서는데 전부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우여곡절이 많았죠.
집 내부가 원목으로 되어있다 보니 한여름에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했거든요. 저희 가족은 16년간 이 집에 살면서 여름내 에어컨을 작동해본 적이 없는거죠.
손님분들을 위해 방마다 에어컨을 처음 설치하고 '이제 여름 준비도 다 됐다' 싶어서 엄청 뿌듯했죠. 근데 갑자기 밤에 전화 한통이 온거에요. 전기가 끊겼다고. 알고보니 방마다 에어컨을 다 틀다보니 전력 사용 과부화로 전기가 끊겨버린거에요. 그 때 전화를 받고 어찌나 죄송스럽고, 아찔하던지. 가족단위로 온 손님이었는데 해결하기까지 오히려 너그럽게 다독여주셔서 정말 감동이었어요. 그런 크고 작은 일들 겪으면서 1년이 된 이제야 그럴싸한 매뉴얼이 완성됐네요.
아니요, 오히려 별 관심 없었어요. “숙소의 주인이 된다.”라는 사명감이 생긴 후로 열심히 찾아보면서,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 지도 알게 되고 제 취향도 차근차근 발견했어요.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미니멀은 못할 것 같아요 (웃음)
차라리 “구경하는 재미”라도 두자 싶어서, 제가 좋아하는 소품을 나열하는 쪽을 택했어요. 증조할머니가 물려주신 한국적 소품도 있고, 여행가서 조금씩 사온 것들도 있어요. 자개장과 앤틱가구를 매치한 것도 의도한 건 아니고 역시나 좋아하는 걸 모으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제가 한동안 자개장에 빠졌거든요. 당근마켓에 찾는 가구 키워드를 걸어놓고, 알람이 뜨면 제일먼저 확인해서 구해오고 그런 식으로 흔하지 않은 가구를 많이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 아니에요. 저도 실패 많이 했어요. 키워드를 설정하는 기능이 있어서 그거 이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고, 가장 좋은 건 많이 사고 많이 실패해보는 거예요. 당근마켓 통해서 하도 많이 사봤더니 이제 굳이 사지 말아야 할 제품을 구별할 수 있어요. 또 단골 거래처(?)가 생겨서 좋은 물건 나오면 저에게 정보를 가장 먼저 주시기도 하고요.
단연 편안함이요. 대부분 이 멀리까지 좋은 공기 마시고 쉬로 오시거든요. 모악산의 아침에서 다른 건 몰라도, 편히 잘 자고 떠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침구를 정말 꼼꼼히 골랐어요.
처음에는 차렵이불이 뭐가 다른지도 잘 몰랐거든요. 직접 써봐야 알겠다 싶어서, 예산에 맞춰서 브랜드별로 침구들 쫙 사서 친구도 나눠주고 가족도 나눠주고 제일 편한 게 뭔지 물어보고 다녔어요. 저도 바꿔가면서 써보고요. 가장 만족스러웠던 침구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네! 당연하죠. 끊임없이 변화를 줄 것 같아요. 지금 가구배치는 눈에 좀 익어서 이래저래 바꿔보면서 가구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에 제자리를 찾아주려고요.
또 마당 옆에는 대나무 숲이 있거든요~? 그쪽에 길을 트고 벤치를 둬서 작게나마 대나무 길을 조성해보려고요. 모악산의 아침이 휴식에 더 가까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음, 저는 콕 찝어서 말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성장기에 많이 힘들어서 집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이 안 간 곳이 없고 1년 동안 숙소를 운영하면서 살면서 봤던 시각과는 다른 관점으로 집을 바라보면서 많이 치유가 됐어요. 1층 모악산 방은 꾸미는 재미가 있고, 1층 대나무 방은 혼자 잠을 청하기 좋고요. 2층 큰 방에서는 넓은 테라스가 있어 휴식하고 여행 오는 기분을 내고 대나무 방에서는 과제를 하거나 이불을 말려요. 내가 이렇게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란 거구나. 이제서야 좀 알아가네요.
( 내방객들이 꼭 사진을 찍고가는 포토존 중 하나.
위치가 절묘하게 모악산 풍경을 담고 있다.
이 역시 당근마켓을 통해 구매한 것. )
( 모악산의 아침에는 동네 고양이들이 놀러온다.
검정 녀석은 대빵 오징어 대오. 아래는 또리. )
( 에어비앤비 수익금으로 얼마전 설치한 빔프로젝터. 사운드가 좋아 영화관같다. )
( 설산이 된 모악산의 풍경. 사계절 전부 아름답지만,
눈이 펑펑 내린 한겨울은 유독 아름답다. )
별건 아닌데요, 침구 관리요. (하하)
제가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도 해봤고, 여행도 다니면서 느낀 건, 새하얀 침구 쓰는 곳 치고 게으른 곳은 없는 것 같아요. 흰 침구는 조금만 관리를 안 하면 바로 티가 나잖아요. 매일매일 이불 빨래하는 건 힘들지만 힘들어도 해내고 싶어요. 깨끗해서 안심할 수 있는 포근한 침실을 제공하고 싶어요.
하하.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은 남는 게 많지는 않아요. 돈이 조금 모이면 그 돈으로 공간을 더 보강한다던가, 빔프로젝터를 새로 설치한다던가 모이는 족족 숙소에 재투자를 하고 있답니다.
네, 탄생할 거예요. 아마 2호점은 숙박뿐 아니라 ‘모악산의 아침’이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해서 다른 일로 나아갈 것 같네요. 물론 숙박을 하게 된다면 2호점은 이렇게 크고 멋스럽지는 못하겠지만요. 기대해주세요 :)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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