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안녕하세요, 매거진 디지털 에디터로 일했고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rainbowcornerr라고 합니다. 사진과 영상, 햇살 좋은 날의 아늑한 분위기, 수학과 추리물, 공상과학 등 관심 분야가 다양합니다. 트렌디한 것보다는 클래식하고 개성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죠. 아무튼! 서울 생활 9년 차, 자취 생활 9년 차에 접어듭니다. 이젠 고향 보다 서울을 더 많이 아는 것 같고 혼자가 더 편합니다.
저는 동생 그리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어요. 강아지 이름은 두부예요. 이제 막 1살이 되었죠. 두부는 막둥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요. 재롱도 부리고 애교도 많죠. 다른 피숑처럼 동그랗지도 보송보송하지도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예쁜 이 아이는 꼬질 미가 가득하답니다. 빗질을 싫어하거든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작년에 완공돼 입주한지 1년이 조금 넘은 24평 아파트예요. 방 3개, 화장실 2개, 그리고 주방으로 구성돼있어요. 동생과 단둘이 살고 있어 짐이 많은 제가 안방을 쓰고 있고, 동생은 작은 발코니가 있는 작은방을 쓰고 있어요. 남은 방 하나는 컴퓨터와 그림 도구들을 들여놓는 공간으로 쓰고 있는데, 손님들이 오시면 이곳에 이부자리를 펴드리고 있어요.
우선 이 집은 저희 부모님의 집인데요, 제가 대학에 입학해 서울에서 홀로 자취하던 시절부터 저희 가족은 서울 어디에서 터를 잡으면 좋을지 찾고, 또 찾았어요. 오랜 여정 끝에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어요. 제 동생 학교와 가까운 신촌 부근이었는데요, 2년 후에나 아파트가 완공이 된다는 거예요. 정말 오랜 기다림이었죠.
설렘 끝에 완성한 저희 집은 학창 시절에 쓰던 가구 위에 과감한 컬러를 더해 따뜻한 색감이 살아있는 인테리어입니다. 리모델링을 거칠 수 없다는 한계 속에서 갓성비템으로 발버둥 치는 부분들도 많고요. 숨길 수 없으면 더하자 주의로 완성된 집입니다.
저희 집에는 TV가 없습니다. 애초에 TV 소리를 굉장히 싫어해서 들일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거실 한쪽 벽은 텅 빈 채로 대리석만 남아있는데요, 이대로의 여백이 좋은 것 같아서 최대한 비워두려고 노력 중이에요.
BEFORE
AFTER
대신 오른쪽 한편에 커다란 1인용 소파와 스탠드를 들여놓아 밸런스를 맞춰주었어요. 왼쪽 한편에는 의도치 않게 스타일러가 있거든요. (이 또한 입주할 때부터 있던 가전이랍니다) 양쪽에 큰 것들이 있으니 밸런스가 맞아 구도가 안정적이에요. 스타일러 한 면에는 제가 여태 모아온 마그넷을 붙여두었어요.
다시 소파와 스탠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소파는 앉자마자 너무너무 편해서 당장 카트에 실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러 컬러가 있었는데, 알록달록한 제 방 인테리어에 맞게 거실도 키치 하게 스타일링 하고 싶어 과감히 노랑으로 선택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거실이 한껏 산뜻해졌어요. 후회 없는 선택!
노란 소파 옆에는 호크니 포스터를 붙여놓았는데요, 시립미술관에서 데이비드 호크니 전이 있었을 때 사 왔던 포스터랍니다. 첨벙 튀기는 물줄기와 새파란 컬러가 노란 의자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소파를 먼저 사고 그 옆이 심심해 협탁을 놓을까 플로어 스탠드를 놓을까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소파가 조금 높은 편이었는데, 옆에 놓일 스탠드 높이는 그것보다 더 높아야 예쁠 것 같았어요. 지금 조명은 시원한 높이에 조명 기능도 좋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거실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있어요. 본가에서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공부방에서 쓰던 테이블이죠. 대형 테이블과 세뚜세뚜인 의자 두 개. 거기에 반대쪽 벽에 있는 책꽂이가 있어요. 책꽂이 위에는 여행하면서 모은 최애 텀을 일렬로 두었습니다.
최근에는 거실 창가에 간이 테이블을 놓아 가든뷰(?) 식사 자리를 마련해보았어요. ㅋㅋ 초록 초록한 나무들이 보이고 작은 폭포가 흘러 물소리도 들리고 새소리도 들리는 굉장히 자연친화적인 공간이랍니다. 여기서 혼밥하면 테라스 브런치 카페 저리 가 나예요!
주방도 크게 손댈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입주 전부터 이미 모든 것이 시공돼있었기 때문이죠. 선택지가 없었고, 제가 욕심낼 것은 냄비와 그릇, 신기구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인덕션 앞에 세워져 있는 쿠킹 후드가 검은색이라 주방은 어두운 느낌이 났는데요, 그래서 조리 기구도 스테인리스 재질을 고르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옆에 감성 한 스푼 얹겠노라 또 엽서 두 장을 붙여보았어요. 주방 인테리어는 따뜻한 느낌보다는 심플하게 가는 게 더 예쁠 것 같았지만 감성을 또 포기하지 못했어요.
같은 맥락에서 식탁 쪽에 있는 빈 벽도 가만히 둘 수 없었는데요, 처음 이사를 왔을 땐 스카프를 벽에 붙여 놓았어요. 깔끔한 화이트 식탁에 터콰이즈 컬러와 오렌지 컬러의 의자를 뒀었는데, 쨍한 스카프의 색감이 의자와 어울리는 것 같았고 해가 떠오르는 그림도 마음에 들었었죠.
하지만 최근에 식탁을 없애면서 이 스카프도 벽면에서 떼어내고 새로운 포스터 두 장을 붙였어요. 여행하면서 찍었던 하늘인데요, 하나는 아이슬란드에서 찍은 청량한 하늘이고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해 질 녘에 골든브릿지를 건너며 찍은 하늘이에요.
포스터 아래에는 선반을 들였어요. 이걸 들인 이유는 여러 가지였는데, 우선 커피 도구를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길 원했고 매번 에어 프라하이기를 수납장에서 꺼내 쓰는 게 너무 불편했어요. 아예 오픈된 공간에 이 모든 것이 나열돼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주방이 블랙&그레이 톤인 만큼 차갑고 심플한 선반이 좋겠다고 싶어 한창 유행하는 모듈 선반을 찾아보았어요.
빈티지 무드가 물씬 나는 침실입니다. 이 모든 건 이 침대 때문인데요, 제가 중학생 때 아빠가 사주신 침대예요. 90년대 딸이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침대가 아닐까 싶어요. 본가에 있던 침대였는데, 부모님 댁에 있는 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서울로 가져오게 되었어요.
침대의 곡선 프레임에 분위기를 다 맞추려고 하다 보니 바로 옆 커튼도 플라워 패턴이 있는 패브릭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원하는 사이즈로 제작할 수 있어 너비에 맞게 주문 제작을 했고, 워낙 선택지가 많아서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햇살이 들어왔을 때 노란빛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란 컬러에 장미꽃이 그려져있는 커튼을 선택하게 됐어요.
침대 옆에는 협탁과 거울이 있어요. 협탁을 먼저 고른 뒤 전신 거울을 골라보았는데요, 비슷하면서 다른 결이 있어서 좋아요. 협탁은 유니크한 비율로 너비가 디자인돼 있어서 마음에 들었고, 협탁 앞뒤로 선반 수납이 가능해 유용하답니다. 거울은 이미 대중 템이 기도 한데, 옆에 행거가 달려있어 유용하기까지!
거울 위에는 덴마크에서 사 온 홉이 미스트 인형을 올려뒀더니 찰떡이에요.
그 외에 스테인드글라스 스탠드도 협탁 위에 올려두었는데요, 이사 가기 전부터 주문해뒀다가 한 달 넘게 기다려 받은 아이예요. 하지만 정작 스탠드로 잘 사용하고 있는 건 3년 전 집 꾸미기에서 1만 원대에 산 국민 스탠드랍니다. 편안한 불빛을 내는 가성비 갓 오브 갓 익니다.
벽에는 여러 가지를 또 덕지덕지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여행을 하며 찍었던 사진 중 내가 정말 행복했던 순간을 담은 것을 머리맡에 붙이고, 여행하며 사 온 엽서와 아끼는 구름 모양 모빌도 붙여뒀어요.
제가 그린 작은 그림도 있어요. 제주에 살고 계신 한 예 롤 작가님을 좋아하는데, 작가님께서 커다란 패브릭에 저 튤립 모양 패턴을 그리신 걸보고 따라 그려봤다죠. 볼 때마다 제주가 생각나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랍니다.
제 방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바로 붙박이장입니다. 벽면 전체가 붙박이장으로 돼있어서 수납력은 굉장히 좋지만, 신축 아파트인데 왜 저런 문짝 디자인을 해놨을까 의문이 드는 디자인이었죠.
결국은 문 앞에 커튼을 드리웠습니다. 빳빳한 광목 커튼을 주문해 걸었고 가림막으로 잘 사용하고 있어요. 따뜻한 느낌을 주는 아이보리 컬러여서 마음에 들고, 방 전체가 빈티지 느낌이 있다 보니 이질적이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거실 화장실은 동생이 쓰고 저는 제 방 화장실을 쓰고 있는데요, 화장실도 역시 제가 손댈 수 있는 부분이 없었어요. 있는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다만 화장실 문 앞에 패브릭을 하나 걸어두었어요. 덕분에 빈티지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한층 더해진 것 같아요. -
가장 흔한 화이트와 우드 톤의 집을 피하고 싶었고, 바꿀 수 없는 요소들이 많아 인테리어 고민이 많았던 집이에요. 제약이 많을 때는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 막막한데요, 하나의 아이템을 지정해 거기서부터 구상해보면 좀 더 쉬운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 학창 시절 침대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그 덕에 집 전체가 컬러풀하게 바뀌었어요.
1년 동안 이렇게 살아왔으니 이제 좀 더 변주를 줘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컬러와 패턴으로 집을 바꿔볼 예정이에요. 패브릭도 하나씩 바꾸고 새로운 그림도 그려보려고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계속해서 집에 대한 기록을 쌓아갈 예정이에요. 놀러 오세요!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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