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안녕하세요. 저는 건축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sai_home이라고 합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 저는 제 일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빠져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가 된 지금은 부모의 삶을 사랑하며 살고 있어요. 원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스포츠도 참 좋아했던 저인데, 엄마가 되어보니 그런 자유분방하고 시끄러운 삶과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래도 아이들과 시끄럽게 노는 저를 보면 그 성격이 어디 가지 않더라고요.
엄마로서의 삶을 살게 된 이후부터는 요리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이쁘게 차려내어 가족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기고 있어요, 잔잔하고 반복적인 조금 지루하고 따분할 때는 집안의 가구를 옮기고 소품을 바꿔가며 나름의 삶의 만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미술을 전공하신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미술과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꾸민다고 할 것도 없었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제 방을 스스로 꾸미기 시작했죠.
당시 저희 어머니께서는 제 방 벽 한 부분을 도화지처럼 만들어주셨어요. 그럼 저는 책에서 본 이쁜 그림 등을 오려 붙이고, 그림을 그리고, 마음껏 색칠하다, 방 한편이 꽉 다 채워질 때쯤 어머니께서 벽지를 새로 바꿔주셨어요. 아마 그게 제가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니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덕분에 풍부한 감성과 손재주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고 나니, 자연스레 건축 인테리어를 전공하게 됐고,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 같아요.
이 집은 건축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제가 직접 제 손으로 설계한 곳입니다. 설계 당시에는 도면 작성 프로그램을 켜두고 한 일주일간 선 하나를 못 긋고 대지 모양만 보고 있었던 것 같아요. 한 가구가 사는 것도 아니고, 3대가 살아야 하는 집이기에 모든 가족의 생활패턴과 프라이버시에 소음 문제까지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독립적이면서 연결된 가족의 공간'을 만들자는 딱 한 가지를 기준으로 설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직업의 특성상 수많은 도면을 그려 납품을 해보았지만 저희 집을 설계할 때는 정말이지 처음 설계를 해보는 사람처럼 수정의 연속이었어요. 노트북에 진짜최종, 진짜진짜최종, 진짜진짜파이널최종과 같은 제목의 도면 파일이 도배가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제일 애를 먹었던 부분은 집의 디자인 컨셉이었어요. 저희 집은 예술가 집안이라고 농담처럼 말할 만큼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3명이 미술을 전공하신 저의 어머니와 저 그리고 제 여동생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서로 취향이 너무 다르고 확고하다는 게 문제였어요.
톤 다운된 컬러들을 중간중간 무겁게 배치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와 정반대로 저는 하얀 도화지에 가구와 소품으로 포인트 주는 것을 좋아해, 가볍고 퓨어한 집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때문에 허구한 날 도면을 펴두고, 어머니는 저를 설득하고, 저는 어머니를 설득하며 집을 지었습니다. 완공 후의 집을 보면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제가 이겼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올해 신축한 단독주택이며, 3대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현관을 들어서면 복도가 나오는데요. 이 복도를 따라 공간들을 적절히 분리하고, 또 연결해 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가족 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설계했고요. 동시에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둔 집이죠.
전체 평수는 1층이 50평, 그리고 2층이 50평으로, 총 100평입니다. 1층에서는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요. 2층이 실 거주 공간으로, 침실 4개, 욕실 2개, 드레스룸 그리고 베이비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집이 위치한 곳은 작고 한적한 전원주택이 모여있는 동네에요. 집 앞으로는 강이 있고 강가 뒤편으로 큰 산들이 있는 곳이죠. 작은 폭포수도 흐르고 있어 무엇보다 경관이 정말 좋습니다. 때문에 전면을 통창으로 시공하였고, 거실과 주방을 개방감 있게 틔워서 설계했어요. 덕분에 식사를 할 때나 요리를 할 때, 아이들과 TV를 보거나 숨바꼭질 놀이를 할 때에도 집 어디서나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답니다.
낮 시간 동안 주방과 거실은 아이들의 공간인데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밖에서 놀기 힘들어지니, 집 안에서라도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주방과 거실을 분리하는 가벽이나 파티션 등 동선에 방해가 될 요소를 없애고, 가구도 딱 필요한 소파와 테이블 정도만 두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탈 수 있는 킥보드나 자전거를 집에 두고 마음껏 놀 수 있게끔 해두었어요.
또한, 통창 위로 간접조명을 둘러 저녁이 되면 창을 타고 은은한 불빛이 흐르게 했습니다. 덕분에 해가 지고 나면 집안 분위기가 한층 더 부드러워져요.
주방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가 세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환기, 두 번째 눈 맞춤 대면형 조리대, 세 번째 수납이었어요.
우선 첫 번째로 거실과 주방이 트여있어 환기가 가장 중요했어요. 환기용 창을 틔우는 방향과 위치도 중요해서 설계할 때 신중히 창의 위치를 정했고, 현재 만족스럽게 사용 중입니다.
두 번째로는 대면형 주방인데요. 두 아이가 거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상 아이와 눈 맞춤을 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하기 위해 설계한 주방입니다. 특히 첫째 아이의 경우에는 한창 궁금한 것이 많아질 시기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의 질문에 눈을 맞추고 온 마음을 다해 대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요리와 설거지 등을 할 때에도 아이들을 주시하기 위해 아일랜드 조리대를 설치했고, 그 위에 인덕션과 싱크대를 모두 배치하여 저녁을 만들면서 아이들과 율동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따뜻한 저녁시간을 보내려 노력 중입니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바로 수납인데요. 주부들의 숙명인 것 같아요. 아무리 치우고 정리해도 수납이 부족하면 티도 나지 않는 법이죠. 도자기를 빚으시는 취미를 두신 어머니와 요리를 좋아하는 제가 만나, 각종 주방도구 그리고 식기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했어요.
때문에 아일랜드 조리대 앞뒤로 전부 수납장을 배치했고, 주방 뒤 벽면은 전부 붙박이장을 설치하여 식기, 조리도구, 밥솥, 오븐, 에어프라이어 등 모든 가전제품을 숨겨 놓고 생활 중이에요. 필요할 때마다 빼어 쓰기엔 너무 불편할 것 같아, 큰 가전제품이 들어있는 장은 모두 슬라이딩 선반을 설치하여 손쉽게 열었다 닫았다 하며 사용 중입니다.
거실 복도를 따라 제일 먼저 보이는 방은 드레스룸입니다. 설계할 때 가장 고민스러웠던 곳이었어요. 저희 가족이 대가족이다 보니 평수 대비 방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런데 각 방마다 붙박이장을 설치하려니 dead space가 너무 많이 생겨서 고민이 되었어요.
그래서 드레스룸으로 온 가족의 옷을 몰아넣었습니다. 또한, 빨래한 옷을 개어 각 방마다 넣어두는 것도 너무 힘들 것 같아 드레스룸에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다리미 등을 두어 의류 케어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현재는 온 가족이 만족스러워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부모님 방은 현관으로 들어오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위치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구름과자를 즐겨 드시는 저희 아버지를 위해, 방 옆쪽으로 테라스를 빼어드렸어요. 또 부모님 방 바로 앞에는 욕실을 배치해두어 편히 욕실을 사용하시도록 설계했습니다.
지금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아버지 방에 작은 테라스를 놓자고 말씀드렸을 때 굳이 그럴 필요 없으니 여동생 방을 더 키우라 하셨어요. 그런데 이사를 하고 나니, 테라스에 의자 하나를 가져다 놓고 날이 저물어갈 즘 노을을 바라보시며 앉아 계시더라고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면 괜스레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고 뭉클해집니다.
부모님 방 앞의 욕실은 저희 가족 모두가 사용하는 공동욕실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큰 욕조가 눈에 띄어요, 반신욕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물놀이에 진심인 저희 아이들을 위해 욕조는 넉넉하고 큰 제품으로 시공하고 싶었거든요. 또 전에 살던 집은 욕실에 늘 물기가 마를 날이 없어서 청소며 환기며 신경을 써야 했는데, 현재는 반 건식으로 큰 욕조 안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면 욕실 바닥은 늘 뽀송하게 유지됩니다.
욕조 옆으로는 카운터형 세면대 선반이 길게 이어져있고, 그 위로 한쪽 벽면을 전부 거울 겸 욕실장으로 시공하여 칫솔, 치약, 샴푸 등 여분의 욕실 용품과 수건, 헤어드라이어, 고데기, 화장품 등을 숨겨 놓았어요.
개인적으로 샤워를 한 뒤, 방에 있는 화장대에서 머리를 말릴 때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게 늘 신경 쓰였었는데, 설계할 때에 욕실 안에서 샤워 - 드라이 - 스킨케어까지 가능하도록 수납과 콘센트 위치 등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저희 부부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왼쪽으로는 부부욕실이 위치해있고 오른쪽으론 작은방이 하나 더 있어요. 이 작은방은 바로 둘째 아이의 베이비룸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늘 독립 수면을 해왔지만, 둘째 아이는 아직 너무 어려 방을 따로 만들지 않았어요. 대신 제 방 안에 베이비룸을 설치해, 독립 수면을 하는 중간중간 아이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베이비 룸의 경우 골조를 올릴 때 벽을 세우지 않고, 목재 작업 때 가벽을 만들어 세워두었어요. 아이는 금방 자라기에 둘째가 좀 크고 나면 첫째 아이와 한 방을 쓰게 할 예정이에요. 그때는 방 벽을 틔워 저의 개인 서재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부부방 욕실은 딱 콤팩트한 사이즈로 설계했어요, 욕실장과 거울도 마찬가지로 한쪽 벽면으로 전체 시공하였고, 그 안에 드라이어, 스킨케어 제품 등 자주 사용하지 않는 욕실용품들이 들어있어요, 워낙 성격이 밖으로 물건이 나와있는 걸 싫어하는지라 크게 인테리어 소품이라 할 것들은 안 보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동생 방 뷰를 제일 좋아해요. 여동생 방 뒤편에는 과수원이 드넓게 펼쳐지는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창밖의 색과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다른 인테리어 소품이 없어도 창밖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이 완성되더라고요. 아직 20대 초반의 아가씨 방이라 제가 함부로 이것저것 찍어 올릴 수 없어서 동생 허락하에 침대 끝부분만 살짝 보여드립니다!
사실 저는 알록달록한 인테리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의 성향에 맞춰 가구로 색감을 더해 꾸미려 노력 중입니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크게 리액션 해주는 첫째 아이 덕에 방을 하나씩 꾸며가는 재미가 있어요. 침대 위로 보이는 모빌을 달아줬을 때도 물고기가 하늘을 난다나? 그런 귀여운 한마디가 저를 늘 웃게 하네요!
개인적으로 공부보단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아이의 방을 어떻게 꾸며주느냐가 정말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또 그런 마음이 있는 만큼 꾸며주기가 어렵더라고요. 이사한 지 석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늘 아직도 완성하지 못하고, '어떻게 만들어 줘야 하나'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공간은 바로 저희 집 마당이에요. 전원주택 생활을 하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마당 아닐까 싶은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희 집 1층은 디저트 카페로 운영 중이라, 마당이 좀 일반 가정집답지 않게 과한 면이 있어요. 그래도 푸릇한 잔디와 앞으로 나있는 산과 계곡을 바라보고 앉아있을 때면, 세상 더 부러울게 뭐가 있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고 편안합니다.
아이들에게 비눗방울 하나만 쥐여줘도 세상을 다 가진 듯 깔깔거리며 마당에서 뛰놀기도 하고요. 가족들과 기분 내고 싶을 땐 마당에 앉아 바비큐 파티도 하고, 이런저런 고민들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답니다. 이 시간들이 제겐 다이아몬드보다 더 값진 보석들 같아요.
집 조경은 꽃과 나무를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 직접 하셨어요. 공사 마무리가 한창이던 어느 날 현장 앞으로 거대한 소나무 한 그루가 실려오기에 입이 떡 벌어졌던 기억이 나요. 가족을 지키는 수호 나무라며 아버지께서 어린아이처럼 흡족해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마당에 소나무 한 그루가 심어지니, 드디어 '비로소 우리 집이 완성되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면서 여러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더라고요. 현재 저 소나무는 저희 집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버지와 같은 나무가 되었어요!
초등학교 이후로는 줄곧 주택에 살아서 그런지 주택살이를 하면 불편하고 관리가 힘들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그런 점을 못 느끼고 사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의 아이 둘이 있다 보니, 층간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이 외에도 주택이 주는 장점이 무궁무진하지만 가장 큰 한 가지를 뽑자면 우리 가족만의 삶을 그대로 녹여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진첩 속 추억한 장을 보관하듯 주택에서 사는 삶은 지나고 나면 돌아갈 수 없는 우리 추억의 일부인 거죠.
부모님과 3대가 함께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돌이켜보면 이 시절이 너무나 그리울 때가 분명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 또 이렇게 우리 가족이 한 지붕 아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다 보니, 가족에 대한 애정의 울타리도 두 겹, 세 겹, 점점 두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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