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아빠, 나는 기분 좋아서 뛰는 건데 자꾸 뛰지 말라고 하면 어떡해.”
어느 날 아들이 울먹이며 한 말에 아빠, 엄마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았다. 한참 뛰어놀 아이에게 늘 하지 말라고 강요하다시피 말하며 외면했던 것이 부모 입장에서 못내 마음에 걸렸다.
건축을 전공하고 단독주택에 대한 꿈만 갖고 있던 아빠가 그동안의 아파트 생활을 접고 집을 짓기로 결심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아이의 학교 진학과 출퇴근을 생각해 일단 서울 도심 내에서 땅을 알아보았어요. 그런데 아무리 작은 땅이라도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을 땅깞으로 다 쓸 수 없어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바로 경매였죠.”
경매를 통하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손품, 발품을 팔았다. 원하는 땅이 ‘짠!’하고 나타나 주진 않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현재의 땅을 좋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노후된 대지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나던 주택이 놓여 있던 자리.
골목 모서리에 위치한 건물을 철거하고 나니 반듯하지 않은 79㎡의 땅이 나타났다.
협소주택 예고편
1F = 주차장 + 스튜디오 + 현관 +보일러실 +화장실
1층 차고에는 주차한 후 바로 실내와 연결될 수 있는 별도의 현관문을 두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내를 위한 서재 공간이 나타난다. 특별한 가구 없는 네모난 공간이지만, 이사 후 아이들이 더 좋아하게 된 곳이기도 하다.
2F = 거실 + 주방 겸 식당 + 화장실 +현관
거실과 주방은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동선 안에 배치했다. 가운데 식탁을 중심으로 싱크대와 소파를 두어 가족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엄마가 요리할 때도 아이들을 바라보며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주방 일마저 즐겁다.
3F = 침실 + 드레스룸 + 욕실
원래 두 개의 방이지만, 아직 어린아이들을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침실로 사용하고 있다. 방마다 각각 출입문을 따로 두고 슬라이딩 가벽으로 공간을 구획해두어 추후 한 쪽은 아이의 방으로 쓸 계획이다. 방 맞은편에는 넓은 욕실을 놓았다. 두 아이를 데리고 목욕해도 넉넉한 면적의 공간이다.
4F = 방 + 세탁실 + 옥상 공간 + 다락
넓은 통유리 창문이 있는 아이들의 놀이방. 방과 옥상 공간 사이에 폴딩 도어를 설치해 자유롭게 두 공간을 오갈 수 있게 했다. 많은 햇빛을 받고 자라게 하고픈 아빠,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 놀이방 위 아담한 다락 역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1F | 입구
현관을 통해 들어오면 마주하는 계단실. 좁은 만큼 유리로 계단 난간을 만들어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일 수 있게 했다. 우측으로 거실이, 아래로 내려가면 서재가 있다.
1F | 서재
아내를 위한 1층 서재, 주차장과 연결된 현관문으로 인해 동선의 효율성을 높였다.
2F l 식당 겸 거실
한 공간 안에 담아낸 주방 겸 식당과 거실. 가족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도 하다. 공간에 딱 맞게 제작된 가구로 깔끔하게 꾸며졌다.
2F | 화장실
아파트보다 훨씬 큰 면적으로 계획한 욕실은 아이들과 함께 들어가기에도 충분해 목욕마저도 즐거운 놀이가 되었다.
평면도로 더 자세하게
가격이 싼 만큼 토지 형상도, 도로 상황에도 문제가 많은 제멋대로인 땅이었다.이 어려운 여견을 어떻게 풀 것인가는 또 하나의 숙제로 남겨졌다. 일단 주변 지인을 총동원해 건축가를 소개받았다. 디자인만 고집하기보다 집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줄 젊은 건축가였다.
집을 설계하며 가장 고려했던 사항은 무엇보다 ‘가족의 공간'이었다. 모든 공간에 네 식구가 같이 자고, 먹고, 놀고, 책을 볼 수 있는 집. 그리고 두 아이의 육아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 두고 전업주부가 된 아내의 공간도 만들어 주기로 했다.
공사가 시작되고 이제 다 됐다 싶던 찰나, 시공업체의 부도 소식으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다행히 큰 고비를 넘기고 그동안의 시간을 보상받듯, 작은 땅 위에 예쁜 4층 높이의 주택이 놓였다.
3F | 침실
두개의 방에 각각 출입문을 두고 가변형으로 설계했다.
아직은 어린아이들과 같이 잠을 공간이라 매트리스만 놓고 생활하고 있다. 방 안쪽 미닫이 문 뒤로 드레스룸이 자리한다.
4F | 아이들의 놀이방
큰 창을 설치해 채광이 좋은 꼭대기층이다.위쪽으로는 아담한 다락이 연결된다.
4F | 옥상
옥상에서 본 내부. 놀이봉에는 폴딩 도어를 달아 필요에 따라 여닫을 수 있도록 했고, 우측 문은 세탁실과 이어져 옥상에 빨래를 널기에도 편리한.
4F | 세탁실
지붕 아래 공간을 활용해 만든 세탁실
따뜻한 나날들
지난 10월 입주를 마친 후, 겨울까지 보냈지만 아파트보다 더 따뜻하고 편안하니 주택에서의 삶은 나날이 그 만족감을 더해간다.
“뿌듯해요. 아이들도 아내도 좋아해 주니까요. 동네에서도 랜드마크가 되었고, 인근 주민까지 찾아와 집 짓는 것에 관해 물어봐 주시니 나름 보람도 생기더라고요"
가족이 이사온 다음부터 주변엔 집짓기 열풍이 불었다. 앞집과 아랫집은 현재 공사 중이고, 윗집은 얼마 전 준공이 났다고 한다. 작은 집 한 채를 시작으로 새로운 집들이 지어지며 동네에는 전에 없던 활기를 찾아가고 있었다.
사진 : 변종석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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