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13층 1305호(한강로3가, 용산센트럴파크타워)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길경환
초대합니다, 제주도의 아늑한 주택으로.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제주도민이 된 유하, 유초희입니다. 본업으로는 웹 디자이너를, 부업으로는 뜨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전 프리랜서라, 모든 작업을 집에서 해요. 바깥에서 놀기도 좋아하지만, 본성은 집순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정말 많죠.
집에서는 일을 하다가,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만들곤 해요. 뜨개질부터, 가죽 공예, 위빙, 미싱까지. 취미를 즐기다 보면 하루가 다 가요. 아, 그리고 종종 손님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먹곤 해요. 저희 집에서는 일주일 동안 한 번에서 세 번 정도의 작은 파티가 열린답니다.
| 집에서 가장 아끼는 가구, 책장
오늘은 저의 아늑한 2층 집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제주도 청귤로에 위치한 작은 구옥을요.
|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 뚱딴지
| 오른쪽 뚱이, 왼쪽 딴지
저의 유년은 시골 마을의 오래된 주택에서의 기억이 대부분이에요. 안정된 정취가 있는 곳이었죠.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도 있었어요. 분명 집은 넓었는데, 이상하게 저만의 공간은 없었거든요. 초희 방이라고 정해두었지만, 고추 널어 놓는 방, 술밥 말리는 방, 손님 방으로 쓰이는 일이 허다했어요. 그때부터 였나 봐요. 제가 오롯이 나의 것으로만 채워진 방을 상상했던 건.
그러다 20살이 넘어 오롯이 저만의 공간을 구했어요. 하지만 어딘가 부족함이 있었죠. 오피스텔에서는 구옥 주택의 정취나 안정감을 느끼기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10년 동안 이것저것 쌓인 것들을 모아, 제주도로 내려오기로 결심했어요. 이름마저 귀여운 청귤로 위의, 25평 2층 구옥 집을 찾아 살던 지역을 떠났죠.
'태초 상태'에 있던 구옥을 꾸미며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사람 냄새나는 인테리어예요. 혼자 사는 집이다 보니 깔끔한 쇼룸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그리고 모든 물건은 바깥으로, 정돈되게 꺼내두려고 했어요. 미니멀 인테리어와는 반대지만, 제가 종종 물건을 잊어버리고 다시 사는 일이 있어 그런 부분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거든요.
그럼, 본격적으로 집들이를 떠나볼까요?
5년 전에 바꾼 싱크대 빼곤,
태초의 상태라고 보아도 무방했어요.
먼저 거실이에요. 사람들과 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길 좋아하는 저의 성격이 반영되었죠.
복작복작 사람이 모이려면 넓은 식탁이 필요했는데, 주방은 너무 협소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느새 거실은 다이닝 룸을 겸하게 되었어요.
식탁이 있는 곳은 바닥에 러그를 깔아, 시각적으로 한차례 분리해 주었어요. 덕분에 조금 더 아늑하고 오붓한 식사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죠. 매력적인 식탁은 아쉽게도 단종된 제품이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거실은 인간으로 따지면, 가장 '얼굴'에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대한 제가 좋아하는 것과,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저의 취향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그 모든 게 집약된 곳이 이 CD장이에요. 좋아하는 CD와 책을 주변에 꽂아두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집에 놀러 오면 노래를 틀고 함께 좋아하는 책을 추천하며 이야기를 나눠요.
다음으로는, 주방으로 가볼게요.
제게 주방은 애증의 공간이에요. 햇빛이 잘 들고, 지금까지 가져본 주방 중 가장 넓기도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땐 정말 혼란스러운 모습이었거든요.
특히 이쪽 벽은 여러 시트지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어, 난감하기까지 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싫어, 급하게 전에 쓰던 커튼을 대보았더니 다행히 사이즈가 딱 맞아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처럼 지내고 있어요. 임시방편으로요.
천을 댄 모습이 꽤 잘 어울려, 조만간 더 예쁜 천으로 포인트가 되는 벽면을 만들어볼까 생각 중이랍니다.
싱크대 옆의 타일 쪽에는 CD 플레이어와 엽서를 붙여, 아늑한 조리 공간으로 꾸며보았어요. 색감이 모두 비슷해, 안정된 느낌이 나지 않나요?
다음으로 침실을 보여드릴게요.
침실은 저와 고양이들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포근하고 평온한 느낌이 나도록 가구를 배치했어요.
이곳에서의 저의 대부분의 일과는 잠들기 전 책을 읽는 거예요. 어둑어둑해졌을 때, 노란 불빛을 하나 켜고 있으면 얼마나 분위기가 그윽한지 몰라요. 그때 책장을 하나 둘 넘기는 거죠.
그러다가 가끔은 뚱딴지와 심야 영화 데이트를 즐겨요. 뒷모습으로 보이는 친구는 딴지인데요, 뚱이와 함께 저희 집의 인테리어를 마무리해주는 저의 반려묘들이랍니다.
이곳, 침실의 단점은 딱 하나예요. 아직 커튼을 달지 못했다는 거죠. 덕분에 저는 아침마다 강제로 기상하고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 이 단점도 추억이 될 거라 믿어요.
여긴 침실에 만든 작은 탈의실이에요. 침실 구조가 특이해서 죽는 공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패브릭을 달아 여느 옷가게에서나 볼 수 있는 탈의실을 만들어 보았어요.
탈의실 안쪽의 모습은 이래요. 아주 아늑하고, 프라이빗하죠. 전신 거울과 행거를 두어서 옷을 갈아입고, 간편히 전체적인 착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다음으로 보여드릴 곳은 본캐와 부캐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작업실이에요. 크게 왼쪽 책상은 본캐가 온라인 작업을 하는 곳으로, 오른쪽 책상은 부캐가 오프라인 작업을 하는 곳으로 생각해 주시면 되는데요. 각각의 작업마다 사용하는 도구가 다르다 보니, 이곳엔 정말 많은 물건이 가득하답니다.
두 책상 중, 저와 인연이 더 오래된 건 오른쪽이에요. 예전에 살던 집에서 직접 재단한 책상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거든요. 멀바우 집성목을 상판으로, 선반과 책을 다리로 활용해 제게 딱 맞는 작업대를 만든 거라, 의미도 깊고요.
벽면의 패브릭 포스터와 엽서는 제가 찍었던 사진들을 인화하거나, 지인에게 받은 사진과 그동안 모은 엽서를 붙여둔 거예요.
책상의 반대편엔 작업도구와 재료들이 가득해요. 부업으로 삼고 있는 뜨개질, 취미로 배우는 가죽공예와 위빙, 거기다 최근 시작한 미싱 재료까지. 넘쳐나는 물건을 모두 한 쪽 벽면의 책장에 채워두었어요.
보이지 않으면 까먹을 수 있으니, 복잡해 보이지만 오픈된 책장을 선택했어요. 대신, 정리를 최대한 열심히 해서 깔끔하게 보이도록 노력한답니다.
집들이를 하기 전, 걱정이 많았어요. 어떤 인테리어 스타일 그 중간에 걸친 느낌이라 인스타그램 등에 올리면, 과연 사람들이 부족한 나의 공간을 좋아해 주실까 하고 걱정했죠. 그러다 문득 예전 집 사진이 거의 없는 저의 앨범을 발견했어요. 그 후로는 생각을 바꿨어요. 나의 공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모습을 기록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거라고요!
집들이의 마지막에서, '용기'로 적어나간 이번 집들이가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요. 처음 써보는 글에 혼자 신나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은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지금까지 저의 집들이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모두 좋은 공간 가꾸시길 바랄게요. 용기와 애정을 담아서요.
집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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