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뵙겠습니다. 생후 100일 된 아이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동갑내기 부부 머물가예요.
이전에 소개했던 '거실에 대청마루가 있던 집', 혹시 기억나시나요? 온 계절이 느껴지는 풍경을 담은 통창 앞에 평상 같은 구조를 만든 공간이었죠.
간결하게 그리고 정갈하게. 동양적인 여백을 잔뜩 담아 꾸민 집을 보여드리며, 다음 편에서는 나머지 공간과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의 주방을 소개하겠다고 했었죠.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집들이에서는 주방, 거실 욕실, 안방 욕실을 구경해봐요.
👆 거실에 대청마루를 만든
머물가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집꾸미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Q. 왼쪽은 시공 전, 오른쪽은 시공 후의 도면이에요. 가장 달라진 2 곳을 골라보세요."
또다시 만나는 자리인 만큼, 이번 집들이에서는 시공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려드리려고 해요. 하지만 그냥 이야기하면 재미없죠. 시공 팁을 소개하기 전, 먼저 퀴즈부터 풀어볼까요?
정답은 바로 거실과 안방이에요. 도면에도 나타난 것처럼, 저희는 거실에 대청마루를 새로 만들고 안방의 발코니를 없앴어요. 각기 다른 시공이었지만 목표는 같았어요. 창문 바깥의 뷰를 최대한 살리고 즐기고자 하는 거였죠.
이렇게 저희는 집을 꾸미며 한 가지에 집중했어요. 다른 인테리어 컨셉과 구조가 눈에 들기도 했지만 오로지 이 집에서 이루고 싶은 주안점에 신경 쓰다보니 지금의 만족스러운 공간이 완성되었죠. 그래서 큰 공사를 앞두고 있거나, 스타일링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이야기를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처음 생각했던 그 부분에만 집중하세요!'
생각지도 못했던 길이 생겨요
본격적으로 집을 둘러보기 전, 시공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할게요.
주방을 꾸미면서 있었던 일이에요. 원래 있던 주방은 정말 작았어요. 일자형 조리대를 놓고, 냉장고, 식탁을 넣으면 공간이 다 찰 정도였죠. 넓이가 넓이다 보니 정말 고민이 많이 됐어요. 주방을 가장 자주 사용할 남편에게는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었거든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보았지만, 이 좁은 곳을 활용할 방법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렇게 업체와의 미팅에 갔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디자인 시안에는 냉장고가 방에 들어가 있었어요. 그리고 문은 미닫이로 바뀌어 있었죠. 거기에 활용하기 애매했던 주방 쪽의 베란다 문은 벽으로 막혀있었어요. 아직까지도 떠오를 만큼 그때 저희는 좋은 의미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공간을 사용할 수도 있구나 하면서요.
그렇게 완성된 주방, 궁금하신가요? 그럼 지체 없이 둘러보러 가요. 타고난 미식가 남편의 공간으로요.
남편의 계획을 이룬 주방
요리를 즐기는 남편의 계획은 다음과 같았어요. 손님에게 요리를 바로 대접할 수 있는 대면식 아일랜드 식탁, 넓은 조리대. 거기에 마지막으로 채소 세척과 설거지를 따로 할 수 있는 2개의 개수대가 중요했죠.
그럼 하나씩 둘러볼게요. 먼저 아일랜드 식탁이에요.
식탁은 주방 가운데에 배치했는데, 상판을 제외하고는 마룻바닥과 비슷한 색으로 제작해 크게 눈에 띄지 않아요. 아일랜드 높이는 키가 큰 남편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표준보다 조금 더 높게 제작했어요.
다음은 메인 조리대예요. 여긴 개수대를 오른쪽으로 옮겨 조리 공간을 좀 더 넓고 효율적으로 만들었어요. 조리대에서 중요한 상판은 인테리어 업체에서 추천해 주신 제품이에요. 세라믹 질감에 두께가 얇아서 간결한 느낌이 나요. 거기에 오염이나 충격에 강하기까지 해서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답니다.
구조 변경을 하며 새로 생긴 보조 조리대예요. 두 번째 조리대와 식기세척기를 설치한 곳이죠. 여기에서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는 개수대에 설치한 음식물 분쇄 처리기예요. 사용할수록 만족도가 높다고 하네요.
이곳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적절하게 배치된 수납공간의 덕이 큰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아일랜드의 하부엔 주로 쓰는 도구와 식기를 수납해 동선이 한층 완벽해졌죠. 인테리어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만족도가 결정되기도 하더라고요.
주방에서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건 간살도어예요. 너머에 냉장고가 있어서 공간이 연결되어 있으면서 필요하지 않을 땐 가려두어야 했는데 이 문이 정말 딱 맞았죠. 미닫이식이라 여닫는 공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 미적으로도 훌륭하거든요.
조적 욕조가 고급진 거실 욕실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거실 욕실이에요. 크기가 큰 타일을 골랐더니 시각적으로 트여 보여요. 욕실이 좁은 데다가 더 넓힐 만한 여지가 보이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행이었죠. 타일은 재질까지 신경 써서 고른 만큼, 무늬나 촉감이 자연스럽고 톤도 안정적이라 고급스러운 무드가 매력적이에요.
욕실의 하이라이트는 조적 욕조예요. 타일과 타일 사이의 라인이 딱 떨어져서 그런지, 일체형 욕조보다도 더 고급진 인상을 주죠. 욕조 안쪽은 반신욕을 할 수 있도록 단차를 줘서 활용도를 높였어요.
세면대 위로는 상부장을 없애고 큰 거울을 달았어요. 타일에 이어 욕실을 한 층 더 확장되어 보이게 하는 포인트랍니다. 문을 활짝 열어두면 거울로 거실의 풍경이 비치는 모습이 좋아요.
새로운 구조로 넓어진 부부 욕실
다음으로 부부 욕실을 소개할게요. 여기는 이전 욕실에 비해 너무 좁고, 샤워 부스가 없어서 구조 변경이 꼭 필요했어요.
그래서 안쪽에 샤워 부스를 추가하고, 변기 위치를 문쪽으로 옮기면서 욕실을 완벽한 건식으로 사용하기로 했죠.
공간이 부족해서 두기 애매했던 세면대는 욕실 바깥으로 뺐어요. 덕분에 안방에서 버리는 공간도 없어지고, 욕실은 더욱 사용하기 편리해졌답니다.
이런 건식 구조의 또 다른 장점은, 바깥의 세면대로 화장대 겸 욕실 수납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거기에 간접 조명까지 적절히 활용했더니 안방의 포인트도 되어준답니다.
두 번의 집들이를 마치며
인테리어 방향을 잡았던 때부터, 시공을 진행하며 놀라웠던 점, 거기에 모두 마치고 나서 느낀 점까지. 두 번의 집들이에 걸쳐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렸어요. 한차례 글로 공간을 정리하고 나니, 집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네요.
매일 저녁, 저는 이 집을 정리하고 정돈해요. 아이가 잠든 후 어질러진 집을 바로 청소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야 새벽이나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를 돌볼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정돈된 마음으로 임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는 앞으로 어떻게 집을 시스템화해갈까 고민하고 있어요. 어떤 결과든, 부부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아기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이면 좋겠어요.
집들이의 마지막에서, 모두 휴식이 되고 힐링이 되는 방향으로 멋진 집을 꾸미시길 바라요. 코로나로 모두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이니까요. 게다가 집이 주는 에너지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나거든요. 지금까지 머물가의 공간에서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해요. 오늘도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